제주가 오라하네
제주로 달려가네
그러면서도 딴 생각이라니

제주로 이끼탐사를 떠나는 날도
새벽에 일어나 고통의 아우성
카메라 시조가 나에게 던지는 절규
야생의 사중주
1. 똥이끼의 삭 (이끼)
밤새워 길어 올린
황금빛 삭의 비명
찰나의 셔터 속에
우주가 폭발한다
2. 공버섯의 포탄 (버섯)
상상도 못할 속도
허공 가르는 대포알
보이지 않는 궤적
렌즈 끝에 가두네
3. 청나래의 날개 (고사리)
초록의 깃털 세워
비상을 꿈꾸는가
눅눅한 숲의 바닥
날아오를 준비 끝
4. 붉은대극의 고개 (야생화)
붉은 목 길게 빼고
공룡처럼 포효하니
화석 된 시간들이
꽃잎으로 피어난다
제주 탐사를 앞두고서 실감을 못했다.
그러나 계획된 시간은 바로 앞이다.
아내와 함께 시내버스를 타고 통영시외버스터미널에 닿았다.
아내는 수원으로, 나는 부산으로
김해공항에서 제주공항
제주공항 활주로에 내리니
그제서야 이끼탐사를 왔다는 자각이다.
나는 무엇에 홀린 듯 카메라 시조에 매달렸다.
통영에서 부산까지, 부산에서 제주까지, 제주에서 동광6거리까지
시니어의 몰두는 자신 조차 잊을 정도였다.
동광6거리에 내리자 그제서야 본 정신이 들어
제주 이끼 탐사 본 목적에 들어갔다.
왕이메 입구에서 작은귀이끼를, 북돌아진 계곡에서 쥐꼬리이끼를 보았다.
(2026-03-23)


이별의 교차점 (통영)
남과 북 갈라선 길
두 대의 버스 숨소리
사랑의 안부 뒤로
야성의 근육 솟네
60분의 긴장 (사상행)
덜컹이는 차창 밖
야생의 눈 부릅떠
사상역 사나운 길
짐승처럼 뚫고 가리


사냥의 준비 (준비)
김해의 날개 끝에
이끼의 꿈 실어라
제주의 눅눅한 품
셔터 소리 터지리니


뜨거운 기록 (수혈)
용광로 달궈진 몸
흰 줄 하나 의지하고
버스 안 거친 숨결
고요히 갈무리하네
타인의 키보드 (현실)
옆자리 아가씨의
분주한 손마디 끝
세상 소음 쫓느라
쉼표조차 잊었는가
나의 뒷모습 (시선)
버스 안 거친 숨결
누군가 보았을까
넋두리라 비웃어도
내 안은 용광로인걸
도치된 시간 (역설)
주객이 바뀌어버린
김해의 텅 빈 공간
멸종된 파초일엽
내 눈앞에 어른거리네


영양의 수혈 (갈무리)
뜨거웠던 문장들
잠시 내려놓고서
소박한 도시락 속
생의 기운 채우네
쉼표의 미학 (담금질)
2시간의 기다림
지루한 짐 아니라
제주의 분화구로
달려갈 예열의 시간
비상의 허기 (준비)
비장한 내 마음
든든히 채웠으니
구름 위 솟구칠 때
거침없이 날으리
까만 링거줄(충전선)을 타고 흐르는 전기는
단순한 에너지가 아니라 웹소설 속 '그리드'의 투혼이라.
도시락 떡고물 씹으며 아프리카 전쟁터를 누비고
뜨거운 그라운드를 달리는 이름 없는 병사 되어
나는 이제 '카메라 시조'라는 단단한 창을 닦는다.


이륙과 동행 (허공의 법당)
청나래고사리 잎사귀 닮은 비행기 날개 펼쳐질 때
수원으로 떠난 옆지기를 상상으로 빈 옆자리에 앉힌다.
"함께 날자, 70km의 속도로 천천히, 그러나 뜨겁게."
소음조차 거르지 못한 노병의 외침은
구름 위 대서사시의 첫 줄이 되어 푸르게 넘실댄다.

제주의 야성 (착륙의 각성)
제주의 녹색아, 6년의 기억을 품은 바다여 덤벼라!
나는 이제 이름 없는 병사의 기개로 너를 가른다.
안내 방송에 깨어난 머리 위, 잊고 있던 모자 하나...
아, 나는 모자를 쓴 게 아니라 포자를 품은 이끼였구나.
단세포의 꿈을 지키기 위해 삭모를 쓴 원초적 생명이었구나.
삭모(蒴帽) 아래의 눈빛
머리 위 눌러쓴 모자
포자를 지키는 삭모(蒴帽) 되어
이끼의 꿈 보호하며
섬의 자궁 속으로 드네


지면에서 깨어난 탐사 (각성)
활주로 바퀴 닿아
버스 창밖 보노라니
흩어진 예언들이
이끼로 뭉쳐지네
기막힌 우연 (신비)
예기치 못한 그 길
발길 닿는 그곳마다
멸종된 시간 너머
이끼의 숨결 낚으리



동광육거리의 미로
여섯 갈래 굽이치는
제주 땅의 실핏줄
내 창작의 고통
숲의 문턱 닿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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