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오름 290]
달과 연못, 얼마나 풍류 넘치는 오름의 이름인가
연못에서 꽃을 찍으며 오르고 싶었던 오름
그러나 오름에서 연못으로 가는 길은 없고 가시덤불 밀림 속이다.
진남못은 좌보미오름 맞은편에 있은 연못의 이름이다.
진남못은 야생화를 찾아 여러 번 갔던 곳이다.
그곳에서 바라보는 초승달 같은 오름이 월랑지이다.
달이랑 연못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을 가진 오름
연못에 비추는 오름의 그림자를 보고는
월랑지라는 멋진 이름을 붙여준 어느 님의 마음은 얼마나 아름다울까?
그 아름다운 마음을 쉽게 오를 수 없어 그간 아껴두었다.
그러다가 삼복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어느 날 발길을 떼었다.
웹을 검색하여 입구를 찾아 쉽게 정상에 올랐다.
월랑지 오름 정상에서 직접 진남못이란 연못으로 내려가기로 했다.
그러나 오름에서 연못으로 접근이 만만치 않았다.
할 수 없이 오름 끝까지 내려와 접근하기로 했다.
달과 연못의 아름다운 인연을 가시덤불이 샘을 내어
오름 투어하는 사람을 골탕 먹이려는 듯
가시덤불을 뚫고 가는 2시간을 지옥으로 만들었다.
누군가가 갔던 길의 흔적은 꽃객의 길을 우회하게 만들었고
전정가위를 들고 가시를 잘라야 하는 시간은 땀범벅이다.
앉아서 기기도 하고, 엎드려 통과하기도 했다.
오름에 올라 원점회귀 산행 해서 진남못으로 가면 될 것을
직접 접근한다는 발상이 만든 가시밭길은 인내를 요구한다.
일 건 뚫은 길은 더 멀어진 코스였고, 땀에 젖은 안경은 희미하다.
되돌아갈 수도 없는 사투의 시간 같다.
오름이 무엇이길래, 꽃이 무엇이길래 갈등이 범벅이 되고
무아의 심정으로 길을 뚫는다.
고생 끝에 당도한 진남못은 옛날의 그 모습이 아니었다.
말들은 어디 가고, 꽃들은 왜 여태 피지 않았는지
비가 많은 제주의 환경이 아예 아열대를 바뀌는 것 같은 풍경이다.
월랑지, 초승달과 연못
이렇게 오름 투어는 사연을 만든다.
지나고 보면 보다 젊었을 때의 열정이리라.
(2024-08-24)
월랑지
위치 /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리 산 5번지
규모 / 표고 260m, 비고 35m, 둘레 1258m 형태 원추형
오름 투어 / 2024-08-24
오름 평가 / 비추천 (정상 전망 없음, 길 없음)
월랑지는 달(月) 중에서도 초승달에 비유했다.
위성사진으로 보면 영락없는 초승달 모양이다.
그래서 월랑지라는 이름은 초승달(月)에다, ‘너랑 나랑’ 할 때의 ‘랑’과
주위에 있는 못(池), 또는 땅(地)으로 풀이된다.
넓은 들녘에 커다란 연못을 품은 초승달 모양의 오름이다.
좌보미오름 맞은편 작은 숲이 보이는 지점의 도로변 적당한 곳에 주차 후,
도로를 따라 숲 가까이 걷다가 오름 산체와 목장 바닥이 만나는 지점을 유심히 보면
빽빽한 소나무숲 사이로 사람이 진입할 수 있는 터진 공간이 보인다.
이곳을 초입 삼아 진입하면 금새 정상에 도착한다.
목재나 타이어 매트 등의 탐방로는 고사하고 그 흔한 오름 안내판조차 없다.
(출처 / 제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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