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오름 262]
한여름의 오름 탐사는 땀으로 죽인다.
그래도 묘지의 동자석이 반갑다 인사하고
묘지의 후손이 찬 물병을 주는 인심이 있어 좋다.
안덕으로 향하다가 감산입구에서 좌회전을 많이 하곤 했다.
그런데 신산오름을 가려고 하니 감산입구이다.
신산오름의 정체를 모르고 지나다니기만 했다.
신산오름은 대부분 귤밭으로 개간되었고
낮아서 알려지지도 않았다.
물론 길도 없다.
간단히 오르겠지 하면서 핸드폰만 챙겼다.
길이 없어 귤밭을 지나 막탐으로 올랐다.
땀을 비 오듯 흘리고 정상에 올랐다.
정상이랄 것도 없이 그냥 귤밭이다.
귤밭을 지나 반대편 하산길로 접어들었다.
풀이 무성한 묘지가 보인다.
가까이 가니 풀 속에 동자석들이 웃고 있다.
반가움에 풀을 헤치고 동자석을 본다.
이 쪽에 두 개, 저 쪽에 세 개
갖가지 모양의 동자석들이 있어
풀 속의 열기와 싸우면서도 묘지를 뒤진다.
그리고 하산을 재촉했다.
마을 입구 첫 집에 오니 꼬마 불도져로 마당에서 작업 중인 분을 만났다.
땀에 젖은 나의 옷을 보고 찬 물병을 가지 와서 나에게 건네준다.
핸드폰만 지닌 탐사였기에 물병조차 챙기지 않았다.
갈증을 느끼던 목에 찬물을 들어가니 정신이 돌아온 듯하다.
오름 투어 중인데 동자석이 있어 보고 왔다고 하니
그 묘지의 후손이라면서 반갑게 인사한다.
요즘은 종자석을 손이 아니라 기계로 만드니 멋이 없다고 하면서
옛날에 손으로 만든 동자석들이 조상의 묘지에 있는 것이란다.
그러면서 8월 말에 벌초하니 그 때와서 다시 찍어도 된단다.
고맙다고 인사하고 동네를 돌아 신산오름 전망을 보고
주차된 곳으로 와서는 쇼핑몰에 들려 땀을 식혔다.
그리고 지도앱을 캡쳐했다.
그런데 트레킹 노선이 동자석을 닮은 것이 아닌가?
동자석에 매료되고, 그 묘지 후손에게 물까지 얻어 마셨는데
우연의 일치가 너무나도 놀랍다.
(2024-08-08)
신산오름
위치 / 서귀포시 안덕면 창천리 334번지 일대
규모 / 표고 175m, 비고 30m, 둘레 923m, 형태 원형
오름 투어 / 2024-08-08 (10:15~11:30)
오름 평가 / 비추천 (대부분 귤밭으로 개간되었음)
신산오름은 안덕면 창천리 지경에 있는 오름으로, 창천리와 감산리 사이의 일주서로 북쪽에 위치해 있다. 신산오름은 큰 도로변에 붙어 있는 오름인데도, 높이 30m의 작은 오름이다 보니 자세히 보지 않으면 오름이 있는지조차 모르고 지나치기 쉽다. 더구나 도로 남쪽 편에 매우 큰 오름인 군뫼가 있어서 군뫼의 위용에 가려서 신산오름은 존재 자체가 미약하게 보이곤 한다.
이 오름을 ‘신산(神山)오름’이라 하는 까닭은 이 오름이 신령스러운 오름이라는 뜻에서 불려지게 된 것으로 보이며, 한자 표기로는 ‘신산악(神山岳)이라 한다. 또 다르게는 ‘감오름’이라고도 부른다. 예부터 신령스럽다는 뜻의 우리말로 ‘감, 금, 검, 곰’을 쓰고 있는데, 여기에서 ‘감’과 오름을 합해서 ‘감오름’이라고 하였으며, 이를 한자 표기로 하여 ‘감산(柑山)’이라고 하였다. 이 이름에 연유하여 이 오름 서쪽에 인접한 마을 이름을 감산리(柑山里)라고 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또 시산(柿山)이라 하기도 하는데, 이는 한자의 뜻에서 보는 바와 같이 오름의 모양이 감처럼 생겼다고 하여 불려지게 된 것으로 추측해 볼 수 있다.
출처 : 서귀포신문
'♪ 제주살이 > 제주오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눈오름(장전) - 동네 오름이 더 힘들다. (8) | 2024.09.04 |
---|---|
금산(琴山) - 긴 능선이 거문고를 닮았단다 (10) | 2024.09.03 |
족은지그리오름 - 바농오름, 큰지그리오름을 연계하다. (16) | 2024.09.01 |
큰삼형제오름, 샛삼형제오름 - 삼형제오름 도전하다가 비가 내려 비상 탈출하다. (11) | 2024.09.01 |
소수산봉, 붉은오름 - 섭지코지 입구의 오름과 등대가 있는 오름 (13) | 2024.08.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