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살이/한라산 낙상사고

빨강 트라우마 - 남자의 눈물

풀잎피리 2024. 3. 14.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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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상사고 투병기 371]  

신호수 빨간 글씨
산호수 빨간 열매
낙상자 빨간 핏물
 

건설 현장 위험 신호수

 

 

난간을 잡고 한 칸 오르고 발 모우고


 

사당역으로 친구들 만나러 가는 날
모처럼 등산화를 신으니 쿠션덧신을 신은 듯
세류역 가는 발걸음이 가벼운 기분을 준다.
 
아파트 건설 현장의 위험 표시인 

"신호수" 깃대를 든 사람들이 오고간다.
순간 빨간 글씨가 확대되며 끝없이 빠져든다.
 
신호수에서 산호수 글짜가 보이고
산호수 빨간 열매가 식나무  빨간 열매로  치환되며
낙상 순간의 빨간 핏물로 적셔진다. 
 
세류역 계단 한 칸을 두 걸음으로 오르기도 힘들어
알미늄 지지대를 잡고 올라야 한다.
그러면서 떠올린 다리의 피눈물
 
펜치로 2개의 철침을 뽑아낸 다리에서 피가 흘러
진료실 바닥을 적셨던 핏물은
한라산 계곡을 적셨던 핏물을 닮았었다.
 
사당역 계단도 만만찮다.
수많은 사람들은 계단으로 성큼성큼 올라가는데
한 칸 오르고 발을 모으면서도 옆의 지지대를 잡아야 하는 낙상자.
 
이런 어려움을 뚫고 친구들을 만난 앞에서 입이 터졌다.
점심을 먹으면서, 커피를 마시면서 평소보다 말이 많아졌다.
플래닛 내 방에서 실컷 울었던 그 방문객처럼
 
울 곳이 필요한 재활자도 스트레스가 폭발했다.
해도 기울고 후련한 마음이다.
그 때 들었던 말 "이틀 수명 연장 됐겠다."
 
"이틀이 너무 많고 두 시간은 되겠지"
ㅎㅎ 웃으면 헤어졌다.
힘들어도 사당역에 가는 이유이다.
 
(2024-03- 07)

 

 

2024-03-07 카카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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