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살이/한라산 낙상사고

실밥 뽑기 - 무장 해제된 다리의 어리둥절한 통증

풀잎피리 2024. 3. 10.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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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상사고 투병기 369]  

철심제거수술 후 2주 만의 실밥 제거
반깁스, 롤붕대, 쿠션신발 탈출
무장 해제된 다리의 어리둥절한 통증
 
 

뽑을 실밥 29개

 

아침을 먹고 다리의 꿰맨 자리의 실밥을 세어보았다.
무릎 3군데 21개, 발목 2군데 8개, 총 29개였다.
처치실에서 29번이나 얼굴을 찡그려야한다고 생각하니 소름이 돋는다.
 
우시장천을 걸어 가서 버스를 타고 수병원에 갔다.
X-ray를 찍지 않고 아내와 함께 바로 진료실에 들어갔다.
다리를 살핀 후 예정대로 실밥을 뽑아도 된단다.
 
그 때 아내가 말한다.
"처치실에 사람이 많아 한참 기다려야 돼요."
그러자 주치의는 작은 핀셋 가위로 실밥을 뽑는다.
 
따끔! 따끔! 눈을 찡그린다.
처음에는 실밥을 뜯어놓고, 처치실에 뽑는 줄 알았다.
그런데 진료실에서 실밥을 뽑고 있는 것이다.
 
한라병원 척추센터장이었던 주취의가 고객이 서귀포에 산다는 것을 알고
한라병원 의사를 추천할테니 제주에서 다리의 철심 제거하라고도 했지만
수술한 주치의한테 철심을 뽑는 기회를 주었었다.
 
그래서 그런지 직접 실밥을 뽑는 성의를 보이고 있다.
그 덕에 사람들이 많이 기다리는 처치실에 들르지 않고 물리치료실에 직행했다.
냉각분사치료를 받고 바로 수병원을 나오니 전에 보다 많은 시간이 절약되었다.
 
붕대, 반깁스, 쿠션신발을 탈출하고 온전한 내 다리로 처음 걷는다.
실밥을 뽑은 무릎에서 번개같은 통증이 나와 다리로 뻗친다.
다리 전체가 아우성이다.
 
마치 신발을 벗고 맨발로 처음 걷는 느낌처럼 생소한 통증이다.
이제부터 진정한 재활이 시작된다.
아기처럼 아장 아장 걸음으로
 
정문 앞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우시장천 입구에 내렸다.
천천히 걷고 걸었고,  추어탕이 앞에 놓였다.
오전의 피로가 추어탕에 녹아든다.
 
맛은 남한산성표에 달하지는 못하지만
느낌으로 새출발의 아픔을 녹이고 싶다.
다시 출발하는 재활의 힘을 얻고 싶다.
 
(2024-03-02) 
 
 

추어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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