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살이/한라산 낙상사고

아들과 함께한 시간 - 오늘만 같아라

풀잎피리 2024. 3. 2.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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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상사고 투병기 364]  

아들과 함께 한 시간
식단이 달라졌다.
젊은 세대로 좀 더 다가갔다.
 

하루의 주제들

 

 
아들은 인천에 살면서 직장에 다니고 있다.
인천에서 수원오는 길은 많이 막혀 낮에는 2~3시간도 보통이란다.
그래서 주로 새벽에 오고 간다.
 
철심제거 후 퇴원해서 휴일을 기해 모처럼 수원에 왔다.
딸도 와서 저녁을 먹고 새벽에 떠났다.
그래서 낮에 아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오전에는 우시장천 산책길 걷기운동을 하고
집에 와서 점심을 먹으러 밖으로 나갔다.
투썸플레이스에 들려 아들이 콜드 브루와 파니니를 주문했다.
 
콜드 브루와 피니니가 뭔지 검색을 해봐야 했다.
콜드 브루(cold brew)는 차가운 물로 커피방울을 떨어트려 만든단다.
아들은 태양초와 건조고추를  비유로 들어주니 바로 이해되었다.
 
콜드 브루는 맛에 둔한 입에도 아메리카노와는 확연히 차이가 났다.
부드럽고 은은한 커피향이 입안을 오랫동안 후레쉬하게 만들었다.
그러면서 파니니를 조금씩 떼어먹었다.
 
파니니(Pānini)는 이태리식 샌드위치인데
빵 조각 사이에 치즈, 야채, 햄 등의 고급 재료를 사용하여
맛이 제법이고, 가격이 꽤 비싼 편이다.
 
로마 라보나광장의 피자집에 대해 추억을 나누었다.
여행객에게 유명한 맛집이 아닌 아들이 즐겨찾던 곳이었다.
그 때 얇은 화덕 피자에 얹었던 레시피가 파니니란다.
 
느끼한 피자가 아닌 고소한 피자로 내 입맛에 들어
라보나광장을 두번씩이 찾아가서 맛보았었다.
아들과 딸이 주문했는데 아빠가 더 많이 먹었다고 웃었다.
 
아들과의 대화는 감귤을 거쳐 한라산 고지대에서 지구온난화 주제에 닿았다.
피즐리를 아시나요? 검색에 들어가보니 북극곰과 그레즐리의 잡종이다.
원래 서식지가 달라 만나지 못하는 두 동물인데 지구온난화로 만난 것이다.
 
이제 아들과 딸과의 대화할 때는 핸드폰을 검색하며 이해해야 한다.
음식점을 찾아도 젊은이 위주의 맛집은 늘고, 전통 음식은 줄어든다.
지구온난화로 한라산 정상에 피신한 한대식물들처럼 터전이 좁아지는 나이가 되었다.
 
그 와중에 다리 골절로 재활을 하고 있으니 안타까운 시간이 많다.
저녁은 대화의 종점인 막쏘(막걸리와 소주)와 두부김치를 먹고
 비가 오는데도 밤중의 우시장천 산책길 걷기 운동을 나섰다.
 
목발을 벗어나니 비가 와도 걸을 수 있다.
이런 한 단계 업그레드가 주는 일상의 회복이
재활을 열심하라는 뜻과 희망을 주는 것 같다.
 
(2024-02-24)

아침 / 강활밥, 꼬리곰탕

 

오전 걷기 / 어제 보다 나아졌다.


 

점심 / 콜드 브루, 파니니

 

아들과의 대화 / 검색하며 따라간다.


 

저녁 / 두부김치, 막쏘, 옥돔구이, 5색 나물

 
 

저녁 걷기 / 목발을 벗어나니 우산을 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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