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리스로 갈아타지 못하는 아쉬움보다
셔터 고장으로 바이바이하는 아쉬움이 더 크다.
14년을 함께한 추억을 떠나보냈다.
캐논 5D-Mark2는 2010년 나를 dslr의 세계로 이끌러준 카메라다.
디카를 산 후 첫 꽃탐사에서 팀원들에게 기념으로 막걸리 한 잔씩을 돌렸고
그 후 5D-Mark2는 14년 동안 나와 함께 국,내외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꽃과 풍경을 보았다.
퇴직 후 제주살이를 함께하며 야생화와 양치식물을 담아주었고
2022년 낙상사고 때도 함께한 결과 카메라 또한 큰 수술을 받았다.
그 후 이끼의 세계에 들어갈 때도 함께 했다.
낡을 때로 낡아 코드 마킹도 삭아 떨어져나가고, 끈도 두 번이나 교체했음에도
더 업그리드된 5D-Mark 시리즈를 사지 않았다.
10년은 더 함께 하자는 마음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셔터가 눌러지지 않는다.
어느 순간 장난감이 망가져 멍한 아이가 된 것 처럼
다시 한 번 정조준하여 찍어보려던 자세가 흐트러진다.
당장 카메라를 살 수도 없어 릴리즈를 연결하여 셔터를 눌러보았다.
"찰깍!" 소리를 내며 셔터가 눌러진다.
다행이다 생각하며 다음 날 디카와 릴리즈를 가지고 탐사에 나섰다.
한 손은 디카를 받치며 렌즈를 돌리며 촛점을 맞추고
또 한 손은 디카를 잡으며 반셔터를 누르고 있어야 하므로
릴리즈를 누르려면 반드시 삼각대가 필요하다.
그런데 삼각대에 디카를 올려놓아도
렌즈를 맞춘 후 릴리즈 버튼을 누르려면 손을 떼어야 한다.
너무나 힘든 셔터 누름에 두 손 들었다.
그래서 설명절에 수원에 온 김에 디카를 기변하게 되었다.
대세는 미러리스이고 dslr은 사라지는 추세이다.
그러나 dslr용 렌즈를 다수 보유하고 있어 dslr 카메라를 사야 한다.
또한 미러리스 본체와 렌즈는 더 비싸지고, dslr의 렌즈는 바닥을 치고 있다.
그리고 미러리스 본체에 dslr 렌즈를 부착하려면 별도의 연결링도 필요하다.
초접사를 위하여 접사링을 부착하려는 마당에 미러리스는 이래저래 어불성설이다.
dslr 카메라 중 캐논 5D-Mark4는 비싸기도 하지만 너무 무겁다.
그래서 가볍고 저렴한 캐논 6D-Mark2를 샀다.
그러면서 낡은 5D-Mark2를 넘겼다.
나중에 안 사실은 카메라점에서 인수한 5D-Mark2를 수리하려는데
너무 낡았고 부속도 단종되어 구하기도 어려워 수리하지 못했다고 한다.
분해하여 부속품으로 쓸 계획이란다.
나와 함께 있었으면 좋았을 것을
떠나보내니 활용할 수 없어 천대받고 있다.
어느 카메라의 부속이라도 사용되었으면 좋겠구나
(2024-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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