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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은 인생 반전의 해 - 상전벽해의 운명이 웬말이더냐?

풀잎피리 2022. 12. 30.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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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연습길의 상념 (2022-09-07)


2022년 내 나이 지공대사
슬기로운 은퇴생활에
상전벽해의 운명이 다가왔다.

천운으로 살고
어려운 수술과 힘든 재활의 시간
불안과 고통, 슬픔과 고뇌가 지배한 한 해

살고자 하는 의지와는 별도로
끝없이 찾아오는 무력감과 귀차니즘
그래도 극복해야하는 절박함

수직동굴과 수평동굴에서 느꼈던 공포보다 더했고
오미크론 감염으로 격리생활의 외로움보다 더했던
인생반전의 순간에 느꼈던 삶과 죽음의 간격은 너무나도 좁았다.

이제는 다리 재활이라는 목표가 인생의 제1목표가 되었고
손가락 장애라는 이름으로 영구적으로 불편해질 것 같다.
그러면서 잡아야 하는 긍정과 희망의 끈이여

내 삶의 충격이 나를 덮어버렸다.
오르던 산이 바라보는 산으로 바뀐 현실
다시 오르는 인생 반전을 그려본다.



2022년 새해 일출 (2022-01-01)



  1. 2022년 새해 일출  

새해 일출의 새빛은 설렘이었다.
2020년 첫날에는 한라산 정상에서 새빛을 보았다.
2022년 첫날에는 한라산 배경으로 한 일출이다.

새해의 빛이 얼굴을 내미는 순간
몰아치는 감동이 바다 위에 퍼졌다.
올해는 제주탐사의 마무리를 잘하길 빌었다.

그러나 석달 후
운명이란 놈이 나에게 손길을 뻗칠줄은 꿈에도 몰랐다.
결과론적 말이지만 까르페 띠엠!


수직동굴 탐사 (2022-02-14)



  2. 수직동굴 탐사   

수직 2단 브릿지 동굴
위에서 보면 구멍이 2개
그 사이가 다리이다.

밧줄을 타고 한 쪽 구멍으로 들어가
지하의 두번째 브릿지에 닿았다.
거기까지는 괜찮았다.

다시 밑으로 내려가는데 발을 딛지 못하고 대롱대롱
젖먹던 힘까지, 아니 이를 악물면서 버텨도 힘이 빠진다.
아~ 그동안 어깨 아프다고 어깨운동을 전혀 하지않았네 ㅠㅠ

간신히 내려가 동굴 깊이 들어가니 개구리 한 마리
수도승처럼 핸드폰 불빛에도 멀뚱멀뚱
"세상사 귀찮으니 어서 가보게!" 하는 것 같다.

오미크론 확진 (2022-03-14)



  3. 오미크론 감염  

"설마" 하면서 간편 검사를 받았다.
"음성이네요" 그럼 그렇지 안심했다.
"아니 잠깐 잘못됐네요" 난가?

"확진입니다. 전 손님과 뒤바꿨어요" 이런 제길
제주 한달살이 하는 놈에게 피신했다.
그 놈과 친구놈들이 한데 어울렸으니

아내는 이튿날 비행기 타고 수원으로 올라가고
나는 집으로 와 1주일간 두문불출했다.
함께한 친구놈들 모두 확진이란다.

이왕지사 갇힌 몸, 밖에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았다.
알 수 없는 세상사, 두문불출 기록을 세워보자.
"행복의 지도" 책을 펼치고서

카타르에서 카타르인을 만나기 어렵다고 한다.
모든 경제활동은 타국에서 온 사람들이 한다.
돈이 너무 많아 모든 걸 고용으로 해결하니까

복권에 당첨되어도 행복하는 않는 이치처럼
카타르인은 행복이란 질문에
"진정한 행복을 알고 싶다면 이슬람을 믿으세요"라고 했단다.

반면, 춥고 자원이 부족한 아이슬란드는
대다수 국민이 시인이며 작가란다.
헤어지는 인사말은 "행복하게 가세요"란다.

결국, 행복이란 주관적인 뜻일 것이다.
코로나 자가격리 기간 중
불만보다는 이 기회에 뭔가를 얻는 것이 행복이리라.

수평동굴 탐사 (2022-03-28)



  4. 수평동굴 탐사  

핸드폰 후라쉬가 생명의 불빛
알 수 없는 길이의 캄캄한 수평 굴
천장에서는 물이 떨어지고, 박쥐가 매달려 있다.

호기심이 이끄는 대로 미지의 탐험길
바닥은 돌무더기, 수렁, 그리고 미끈한 돌판
위험하기 짝이 없는 어둠 속

앗, 저멀리 빛이 보인다.
깁밥이 터져나온 쌀밥 같다.
설렘의 발자국이 빨라진다.

하늘로 입벌린 거대한 혈
양치식물이 군락을 이뤘다.
아! 이런 곳도 있구나

다시 또 전진
핸드폰 밧테리가 40%
30% 될 때까지만 조금 더 가보자

어둠 속의 굴은 끝이 안 보이고
불안감이 엄습하며
핸드폰 밧테리처럼 마음도 간당간당

욕심은 금물
그냥 유턴하자
되돌아 나오는 길

이렇게 깊게 들어왔던가
한참을 걸어도 끝이 안 보이고
돌무더기를 몇개를 넘었다.

그리고 끝이 보였다.
휴! 한숨이 나왔다.
"두 번 다시 갈 곳은 못돼!"


한라산 낙상사고 (2022-04-01)



   5. 한라산 낙상사고   

사고는 위험한 곳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긴장하며 정신을 똑바로 차리기 때문이다.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살듯이

그러나 위험하지 않은 곳에서는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
방심하며 마음을 놓기 때문이다.
춘란을 잘 보고 왜 하잖은 식나무 때문에

순식간에 떨어져 굴렀다.
운명이란 놈이 코앞까지 왔으나 천운이 막았다.
그렇게 살아돌아왔다.

서귀포에서 수원으로 와서 다리와 손가락을 수술했다.
왼쪽 경비골 골절로 철심을 박고 걷기 연습하는 중이며
왼쪽 새끼손가락 끝 관절이 신경이 죽어 움직이지 않는다.

삶과 죽음의 간격은 이렇게 가까이 있는데
살은 것이 다행이라더니 욕심도 참 많은 치사함은 왠 일? 
삶의 1순위가 재활로 바꾸었듯이 많은 것이 변했다.

목발 연습 후 쉼의 시간


   6. 수원의 재활 기간 (2022.04.19 ~ 2022.11.26)      

재활은 시간이 약이란다.
침대 생활, 목발 생활, 절룩 생활
수원의 8개월의 눈물의 시간이었다.

왼쪽 다리 통깁스, 왼 팔 반깁스
혼자할 수 있는 게 없다.
그러길 두 달

목발을 짚기 시작한 것은 석달 째
우시장천에서 목발 연습길을 조금씩 늘렸고
왕복 2km 매일 연습했다.

우시장천이 품는 자연의 산책길에서
꽃의 갈증을 조금은 해소하고
아이들의 모습과 인사에 힐링을 받았다.

한림도서관을 징검다리를 건너 가게되었고
앉아있기 연습을 하며 블로그를 포슽했다.
한림도서관은 출근 장소였고, 퇴근 장소는 우시장천 걷기연습길이었다

새끼손가락 장애진단서 발급 (2022-11-22)



  7. 새끼손가락 장애   

내 몸에 수술 칼이 처음 지나간 자리
기어이 장애라는 이름을 남겼다.
왼손 새끼손가락 끝 관절에 신경이 죽어 움직이지 않는다.

통기타 코드를 잡을 수 없어 통기타와는 이별을 해야 한다.
재활운동할 때 왼손의 잡는 힘이 약해 쉽게 왼손이 풀어진다.
장갑을 껴도 왼손이 더 시리다.

신경 쓰지 않으면 새끼손가락이 자주 걸리적거린다.
위험에 항시 노출된 상태인 새끼손가락
굽어진 둘째 마디 펴기도 만만찮다.

통증과 싸우며 다이나믹 스플린을 채우곤 한다.
보면 볼 수록 울화통이 터지는 새끼손가락
이제는 늘 새끼손가락을 의식하여 꺾이는 사고는 막아야한다.

다리에 비교하여 사소하다지만
손의 자유가 주는 즐거움에 찬물을 끼얹는 새끼손가락
자판에서 어물쩍하게 소외된 불쌍한 놈

눈보라 속의 걷기운동 (2022-12-22)




  8. 제주의 재활 기간 (2022.11.27 ~ )   

제주에 내려오려고 피나는 연습을 했다.
아파트 6층 계단 내려오고 올라가기
자전거타기, 종아리운동, 벽스쿼트에 열을 올렸다.

예상보다 2개월 늦은 8개월만에 제주에 내려왔다.
오전은 서귀포스포츠센터에서 자전거타기와 다리 운동
오후는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트랙 걷기와 계단 오르내리기

재활의 시간에 하루가 바쁘다.
침대생활에 지친 몸이 재활운동이 버겁다.
그래도 해야하는 재활운동

저멀리 한라산이 보이고 가까이엔 오름들이 있다.
바라만 보는 안타까움을 넘어 오르는 힘을 얻어야 한다.
무리, 욕심, 나태 등과 싸우며 제주의 생활이 이어진다.

바쁜 마음에 제동을 걸며, 느긋함이란 고차원을 떠올린다.
갈 곳, 만날 것을 줄이고 몸에 땀을 내야한다.
남들이 생각하는 제주생활의 낭만이 아니라, 따듯한 환경의 재활장소인 것이다.

추석 명절을 자식들이 올리고, 나는 의자에 앉아 지켜보았다. (2022-09-10)




  9. 사람 구실을 못하다  

입원기간에는 애기가 되었다.
퇴원해서는 침대생활, 목발생활
집과 걷기연습길을 벗어나지 못했다.

제사 때는 절을 하지 못해 서서 묵념을 했고
연로하신 장인어른도 중간에서 겨우 만나 식사했다.
대전 현충원에 가서도 서있기만 했다.

다리가 성해 움직여야 사람 구실을 제대로 한다.
이동이 자유롭지 못하니 친구들도 만날 수 없다.
재활장소로 찾아온 친구들과 술도 마시지 못했다.

아내가 백내장 수술할 때 나는 가보지도 못했다.
무거운 생수묶음을 아내가 낑낑대며 3층 계단을 오르며 나른다..
사람 구실 제대로 할 때는 언제일까?

웹소설 무당기협 표지




  10. 웹소설에 빠지다.   

끽끽 많이도 웃었고
위트에 감탄을 쏟았고
지식에 탄성을 질렀다.

댓글을 통하여 작가와 독자가 소통하는 공간
책으로 읽는 소설과 웹소설로 읽는 소설의 다름
거기에 묘미가 철철 넘친다.

투병생활의 지루함을 달래고
통증을 잊게하는 마약같은 글귀들
꽃에 빠져있던 좁은 세계에 넓은 대양이 펼쳐졌다.

웹소설 세계는 또 다른 세상이다.
낙상자가 슈퍼맨이 될 수도 있는 세상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흡인력이 강하다.

특히, 외과의사 관련 웹소설은 투병생활의 이해를 돕는다.
응급실과 수술실 풍경을 기시감으로 느꼈다.
또다른 간접 경험의 다양함이 좋다.

웹소설~
댓글...
감탄!


춘란 (2022-04-01)

봄을 맞이한다는 보춘화의 미소

봄을 기다리면서 꽃들은 인내를 배운다.

재활의 기간은 인내의 축적물일 될 것이다.

 

정말 다사다난의 2022년이 가는군요.

토끼처럼 깡충깡충 뛰는 2023년을 기대합니다.

이 방을 찾은 님들의 건강과 즐거움을 기원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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