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르르 아앗! - 세상이 멈춘 듯 하다

 

[낙상사고 투병기 343]  

 
 등산화 신고 일어서는데 하늘이 노랗다.
허리에 뻐근한 통증이 발악이다.
스틱을 잡고도 한참이나, 이렇게 아프다니
 

이 길이 천리길이다.

 

 
오전에 한의원에서 엎드려 물리치료 받으면서
캡쳐한 글에 밑줄을 그었다.
"인생은 언제나 '오늘 하루'속에서만 자신을 드러낸다"는 글에
 
허리가 아파도 가능한 할 일을 하여야 한다.
매일 반복되는 한의원의 침도 오전의 일상이 되었다.
오후에는 특별이 제주쪽에 있는 오름 하나를 올라야 한다.
 
전에 한번 가본 오름인데도 네비를 켜야했다.
허리에 복대를 차고 달렸다.
부탁을 받고 확인할 사항이 있어서다.
 
등산화를 신고 일어서는데 짜릿한 통증이 몸을 관통한다.
허리를 펴지못하고 엉거주춤 자세로 정지했다.
하늘이 노랗게 보이며 현기증이 인다.
 
이렇게 갑자기 아픔이 증폭될 수도 있구나
허리가 아파 복대는 했어도
그동안 조금씩 움직였는데 갑자기 지금은 뭔가?
 
허리의 심각성을 깨닫기 못한 것인가?
한동안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가
스택을 잡고 간신히 허리를 폈다.
 
아기 걸음마처럼 한발 한발 움직여 보았다.
낮은 오름이라 20분 정도 예상해서 오기는 왔는데
저기 언덕길이 까마득하다.
 
스틱을 짚고 겨우겨우 한반씩 걸음을 뗀다.
그냥 갈 수 없어 움직여본다.
낮은 언덕 길을 조금 오르다 쉬고를 반복했다.
 
30분에 걸쳐 언덕 길을 올라갔다.
평지 길이 나오니 살 것 같다.
그 와중에 눈은 두리번 거린다.
 
망원으로 찍어 뷰파인더를 보면서
"에이 아니잖아"를 반복했다.
능선을 넘어 내려오는데도 하늘타리는 발견하지 못했다.
 
이렇게  통증으로 무릎쓰고 올랐으면 보여야 하는데
보이지 않으니 허리가 더 아픈 것 같다.
허탈한 마음으로 내려오는데 빨간 뱀딸기 열매가 반짝인다.
 
아픈 허리로 헛탕친 오름길에
석양에 빛나는 12월의 뱀딸기
하늘타리(snakegourd)의 위로인가?

아픔이 1년전으로 역전되었다.
아내가 하는 말 "아주 말을 안들어요."
미안해서 계란찜
 
(2023-12-07)
 
 

뱀딸기 (2023-1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