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살이/한라산 낙상사고

부서진 마차 - 철심 박은 다리에 이어 허리까지 삐끗한 나를 닮았구나

풀잎피리 2024. 1. 3.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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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상사고 투병기 341]  

 
비끗한 허리에 침을 맞았다.
삶의 흐름이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가을의 아쉬움도 더덕더덕이다.

부서진 마차

 
 
한의원에서 가서 온 몸에 침을 맞았다.
발, 무릎, 허벅지, 손, 인중에 꽂히는 긴 침
짜릿한 통증이 허리로 모아진다.
 
제주살이 초기 어깨 결림으로 찾았던 한의원
그 때는 침이 꽂힐 때 아픔을 덜 느꼈다.
그런데 허리 삐끗해 맞는 침의 통증은 몸의 경련을 일으킬 정도의 아픔이다.
 
그 아픔을 참으며 몸이 망가져 가는 세월을 떠올려 보니 마음까지 아프다.
침을 맞고 나와 집에 가는데 부서져 쓸모없어진 마차가 보인다.
 철심 박은 다리에 이어 허리까지 삐끗해 고생하는 내 몸을 닮았구나
 
이심전심의 마음이 오후의 산책길에도 이어진다.
늦게 핀 야생화들도 가을의 아쉬움이 덕지덕지 묻어난다.
몸이 약해지니 보는 눈이 아련해진다.
 
세월은 말없이 흐르고
주민들의  발걸음이 고근산에서 흩어진다.
그 일원인 나의 눈에 풍경이 들어온다.
 
흩날리는 올레 시그널
한라산 정상의 설경과 구름
처연하게 다가오는 아름다움이여
 
집에 와 저녁밥을 먹고 일찍 자려고 누웠다.
전기장판을 키려고 버튼을 눌러도 다시 튀어나온다.
아픈 허리는 찜질이 좋다는데 전기장판까지 속을 썩인다.

 
여러번 시도해도 마찬가지
할 수 없이 그냥 잤다.
서늘해지는 바닥에 허리가 놀라 나를 깨운다.
 
버튼을 누를 뭐가 없나, 밤중에 방을 둘러보니
바테리 충전기와 스프레이 모기향이 보인다.
바테리 충전기를  버튼에 놓고 충전기 위에 스프레이 모기향을 얹었다.
 
그제야 버튼이 눌러져 전기장판에 불이 들어온다.
휴, 한밤중의 쇼였다.
사연이 줄줄이 사탕이 된 궁상맞은 투병기
 
(2023-11-28)


허리가 굽어지면 더욱 아파 돌담 위에 발을 올려놓고 등산화를 신었다.

 
 

꽃도 단풍도 아쉬움이 덕지덕지

 
 

한라산

 
 

올레 시그널

 

 

한밤중의 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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