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상사고 투병기 332]
바람 한 점 없는 모두들 숨죽이는 정상
아름다운 석양이 장엄하게 펼쳐지고
한라산은 구름 위에 섬이 된 모습으로 유혹한다.
걷기 연습 차 노꼬메를 산책했다.
둘레길을 돌아 족은노꼬메오름 정상을 거쳐
큰노꼬메오름 정상에 올랐다.
많은 사람들이 숨을 죽이며 서쪽을 본다.
오름 능선들이 너울 너울 실루엣으로 물결치고
짙은 구름 속에서 떨어지는 태양은 붉은 그림을 그리고 있다.
작은 탄성들이 정상에서 흘러나오고
누군가 한라산을 보라는 소리에
돌아본 한라산은 구름모자를 밟고 섬처럼 떠있다.
정상에서 보는 멋진 풍경에 하산하려는 사람은 없는데
늦게서야 올라오는 사람만 헉헉거리는 모습이다.
나역시 밤길 하산 걱정보다는 현재의 아름다움에 취한다.
제주 바람이 이렇게 얌전해질 수도 있구나.
노꼬메에서 일몰을 처음보는데 정말 멋지다.
한라산이 구름 위에 두둥실 떠있는 모습은 보너스다.
어스름이 내리기 시작하는 때가 되어서야
흐뭇한 마음을 갈무리하고 하산길로 접어들었다.
걸음을 재촉해야 하는데도 풍경에 취해 느려진다.
능선을 지나 하산길에 접어드니 밤이다.
핸드폰 후라쉬를 켜고 돌계단을 내려간다.
수술 다리의 뻐근함에 아주 천천히 조심스럽게
앞서 가는 두 젊는 여자의 목소리가 조근조근 들리고
불빛은 원을 그리고 내 발을 안내한다.
밤길은 빨라야 정상인데 아주 느린 템포이다.
노꼬메 주차장이 가까워 지는데
방목하는 말들이 길을 막는다.
말들아~ 다리가 아프니 얼른 비켜라
(2023-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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