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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대와 거즈로부터의 해방
두 달 반만에 처음으로 혼자 샤워했다.
아내에게 칭찬도 받고, 덜 미안했다.
혼자 몸을 씻는다는 것은 가장 기초적인 삶의 행위이다.
두 달 반 동안 스스로 씻지 못한 안타까움
침대생활의 괴로움 중 어쩌면 최대의 불편함이다.
드디에 붕대와 거즈로부터 해방된 이틀 후
용기를 내어 욕실의 턱에 앉아 혼자 샤워를 했다.
내 스스로 내 몸에 물을 뿌렸다.
샤워물이 온 몸으로 흐른다.
피부가 느끼는 시원함을 넘어
지난 두 달 반 동안의 불편했던 씻음의 기억이 떠오른다.
병원에서 아내가 닦아준 거품티슈
퇴원 후 깁스한 팔과 다리를 높이 들고
아내가 거품티슈로, 나중에는 샤워기로 씻어주었다.
그렇게 아내가 고생하는 것을 보고
혼자 샤워라도 했으며 얼마나 좋을까?
혼자 샤워하는 기쁨과 행복을 언제 그렇게 바랐던가?
깁스와 붕대로 감춰졌던 살갗의 갑갑함이
늘 누워만 있어야 하는 침대생활의 갑갑함 보다 더 했을 것이다.
근지럽다고 말도 못하고 묵히 버텨온 살갗
샤워기에 쏟아지는 따스한 물길의 맛사지
눈을 감고 행복에 젖는 낙상환자의 자화상
"참 잘했어요" 아내의 칭찬에 미소지었다.
(2022-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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