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 투어로 제주를 누비던 다리가
야생화 투어 중 낙상사고로 부러졌다.
뼈 좀 빨리 붙게 해줘라, 속단아!
제주살이 중 제주의 오름 368개를 모두 오르고 싶었다.
그러나 한라산국립공원 내나 사유지는 접근이 어렵다.
그래서 오를 수 있는 오름은 약 300여개이다.
2022년 3월 29일까지 223개를 오르고
2022년 4월 1일 낙상사고로 다리가 골절되었다.
오름 투어길이 어이없이 막혀버린 것이다.
유명한 오름을 먼저 모두 오르면
나중에 시답잖은 오름만의 지루한 투어가 예상되어
유명오름과 비추천오름을 섞어가며 올랐다.
그런데 뜻밖의 낙상사고로 난관에 부딛힌 꼴이다.
제주에 가면 내년에 오름 투어한다는 나의 말에
주치의는 손사레를 쳤다.
유명한 오름을 많이 남겨놓았었는데 ㅠㅠ
이럴 줄 알았으면 유명한 오름부터 올랐어야 했는데
다리 골절 재활 기간이 늘어난 수원의 안타까움이여
지난 겨울 눈 속의 걸시오름을 탐사했는데
되돌아오기 싫어 막탐사로 길을 뚫었다.
등산화가 눈속에 푹푹 빠지던 순간 발견한 속단 군락
아! 너무도 멋진 모습에 여름에 다시 와 꽃을 보고 싶었다.
그러나 그 여름은 다리 골절로 침대생활을 하고 있다니
땀과 고통이 뒤덤벅된 재활의 시간
통원치료 9차, 골진이 나오기 시작하여 걷기연습 많이 하란다.
뼈가 얼른 붙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야생화 속단을 생각한다.
이름과 꽃말을 읍조리며 달려가고 싶음을...
속단(續斷)은 꿀풀과의 여러해살이 풀인데
이름은 끊어진 곳을 이어준다는 뜻이다.
즉, 속단은 한약재로 골절 치료에 쓰인다.
낙상사고 77일째, 부러진 다리에 골진에 나오기 시작했다.
골진은 부러진 뼈를 붙여주는 일종의 '끈적한 접착체'이다.
야생 풀 속단에게 내 마음을 전한다.
걸시오름의 속단아!
너를 다시 볼 수 있도록 도와다오.
너의 꽃말, '안정', '치유'를 믿고 싶구나.
(2022-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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