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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워지내는 데는 라디오가 최고다.
김윤아의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그건 아마 사람도 피고지는 꽃처럼"
퇴원 후 손발이 묶인 침대생활
아이들이 어릴 때 어학공부하던 라디오
버리지 않고 놔뒀더니 투병생활에 제격이다.
어느 날 오전 봄빛이 따스히 비추는 침대
우연히 김윤아의 "봄날은 간다" 노래가 울려 퍼진다.
누워 천정을 보던 뇌가 불현듯 과거로 헤엄친다.
소리를 채집하는 영화의 스틸 한 컷을 떠올리며
30, 40, 50대를 치열하게 살았던 나의 젊음을
퇴직 후 제주살이 하다가 갑작스런 낙상사고로 누워있는 60대를
'눈을 감으면 문득 그리운 날의 기억
무심히도 꽃잎은 지네, 바람에 머물 수 없는 아름다운 사람들
그건 아마 사람도 피고지는 꽃처럼, 아름다워서 슬프기 때문일 거야'
우리는 젊었을 때 상우의 순수를 기대하며 살았지만
점차 나이를 먹으면서 은수의 뻔뻔함도 비판할 줄 모르게 되었다.
현실이 주는 허약함과 무력감이 심하다는 핑게로
이 좋은 봄날에 어떤 꽃이 피었는지 궁금해 하면서
침대생활이 아닌 다른 사람들의 평범한 생활을 그리워한다.
인생의 봄날도 이렇게 가고 있다.
(2022-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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