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살이/한라산 낙상사고

[낙상사고 투병기 29] 봄 날은 간다 - 사람도 피고 지는 꽃처럼

풀잎피리 2022. 9. 5.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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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워지내는 데는 라디오가 최고다.

김윤아의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그건 아마 사람도 피고지는 꽃처럼"

 

라디오 / 제주에서 자동차 운전을 하면서 친해졌는데, 통깁스로 누워있는데도 좋은 친구다.

 

퇴원 후 손발이 묶인 침대생활

아이들이 어릴 때 어학공부하던 라디오

버리지 않고 놔뒀더니 투병생활에 제격이다.

 

어느 날 오전 봄빛이 따스히 비추는 침대

우연히 김윤아의 "봄날은 간다" 노래가 울려 퍼진다.

누워 천정을 보던 뇌가 불현듯 과거로 헤엄친다.

 

소리를 채집하는 영화의 스틸 한 컷을 떠올리며

30, 40, 50대를 치열하게 살았던 나의 젊음을

퇴직 후 제주살이 하다가 갑작스런 낙상사고로 누워있는 60대를

 

'눈을 감으면 문득 그리운 날의 기억

무심히도 꽃잎은 지네, 바람에 머물 수 없는 아름다운 사람들

그건 아마 사람도 피고지는 꽃처럼, 아름다워서 슬프기 때문일 거야'

 

우리는 젊었을 때 상우의 순수를 기대하며 살았지만

점차 나이를 먹으면서 은수의 뻔뻔함도 비판할 줄 모르게 되었다.

현실이 주는 허약함과 무력감이 심하다는 핑게로

 

이 좋은 봄날에 어떤 꽃이 피었는지 궁금해 하면서

침대생활이 아닌 다른 사람들의 평범한 생활을 그리워한다.

인생의 봄날도 이렇게 가고 있다.

 

(2022-04-25)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소리 채집하는 장면 / 내가 가장 좋아하는 스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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