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시엠립 정글에 산재한 앙코르 사원들은
스펑나무 뿌리로 휘감겨 있는 것이 많았다.
거대한 나무뿌리가 사원 건물과 담장에 파고들어
건물등과 일체가 된 것이다.
이 스펑나무가 사원을 파괴하는 한편
스펑나무 뿌리가 사원의 붕괴를 막아주는 역할도 한다.
그래서 스펑나무 뿌리를 제거하면 사원도 무너지므로
성장억제제를 인위적으로 투여하거나 나무를 자른다고 한다.
이러한 풍경을 보는 관광객은 놀랍고 신기할 뿐이다.
사원보다 스펑나무를 보는 것이 더 흥미를 끈다.
나역시 그 나무를 보고 것을 목표로 삼았다.
한편 그 스펑나무에 기생하여 사는 나무가 있다.
이엥나무는 스펑나무의 수액을 빨아먹고 산다.
스펑나무는 사원을 휘감고, 이엥나무는 스펑나무에 기생한다.
밀림 속에 있는 사원의 쇄락을 보면서
앙코르와트 1층 회랑의 중국인 용병을 활용했던 부조를 떠올린다.
지금은 중국 자본이 들어와 변모시키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중국인가 착각할 정도로 중국어 간판이 많았고
대단위 건축물이 중국식으로 건설되고 있고
관광객 틈에서 많은 중국인들이 큰소리를 떠드는 것을 듣는 것이 일상화되었다.
1천년전에 찬란했던 문화를 가졌던 크메르인들이
지금은 좁아진 나라에서 가난하게 살고 있고
사원은 원조를 받아서 겨우겨우 보수하고 있었다.
캄보디아 여행에서 그 찬란했던 과거와 안타까운 현실을 많이 느꼈다.
스펑나무 (Spung tree)
캄보디아 말로 스펑나무는
비단목화나무(Silk-cotton tree)종류로 뱅골보리수(banyan tree) 계통의 나무라고 한다.
수명이 400~800년으로 습기를 따라 뿌리가 내리면서 사원을 서서히 무너뜨린다고 한다.
이엥나무(Chheu teal tree)
기생나무로 수액을 빨아먹어 숙주나무를 죽인다고 한다.
뽕나무과 나무로 가열하면 원유로 사용 가능한 진액이 나와
캄보디아에서 기름을 채취하는 귀한 나무로 여기며
캄보디아 3대나무 중 하나라고 한다.
나무 수액에 코끼리 배설물을 섞은 다음
불을 붙여 밤에 등불로 사용했다고 한다.
스펑나무와 이엥나무가 있는 사원 풍경
3일차 쁘레칸 (Preah Khan)사원
신성한 칼이란 뜻으로
자야 바르만 7세가 1192년에 아버지를 위해 만든 서원이다.
바이온 스타일인데 얼굴상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문이 21개인데 점점 작아지는 것은 겸손하라는 뜻이란다.
기둥이 제일 높고 크다.
스펑나무가 자라는 모습이 신기했고
보수의 흔적이 적어
인상깊게 본 사원이다.
4일차 따프롬(Ta Prohm)사원
자야 바르만 7세가 어머니를 위해 만든 사원이다.
이 사원의 스펑나무 사진을 보고 본체 전체를 꼭 찍고 싶었다.
영화 '툼레이더' 촬영지인 이 곳에서 안젤리나 졸리가 연기했던
나무가 바로 스펑나무로 일명 알젤리나 졸리 나무라고 부른다.
스펑나무 외에 또한가지 신기한 것이 있는 따프롬 사원이다.
자야바르만 7세가 어머니를 그리며 통곡을 하던 방이라는데
주먹으로 가슴을 치면 울림이 메아리처럼 들린다.
핸폰으로 녹음을 해도 메아리를 녹음되지 않는다.
오직 가슴을 주먹으로 쳐서 귀로만 들을 수 있다.
반테아이 크데이(Banteay Kdei)사원
자야바르만 7세 때 지은 이 사원은 ‘승방(僧房)의 성채’란 뜻인데
정교한 아름다운과 빈틈없는 조각들로 가득하다.
그런데 사암으로 지어 탈구가 심하여 황폐해졌다.
마감 임박 시간에 방문해서인지 더 쓸쓸한 느낌이었다.
나오다가 본 스펑나무 반영을 찍으려는데 개구리가 텀벙하는 바람에 섬싯했다.
벵밀리아(Beng Mealea)사원
앙코르 유적은 3일권(62$)으로 모두 볼 수 있는데
벵밀리아 사원은 앙코르 유적지와 멀어서 별도 입장권을 구해야 한다.
시엠립에서 1시간30분을 달려 찾아갔던 곳
다른 사원과 달리 밀림에 방치했던 그대로 보존된 신비스런 사원이었다.
타잔이 그네타던 밀림처럼 나무가 엉기고 사원이 무너진 상태로 우리를 맞는다.
스펑나무, 기생나무, 스랄라오나무, 기타 덩굴식물이 엉겨있다.
나무도 사원의 석재도 푸른 이끼가 감싸고
그 이끼 속에 섬세한 조각들이 숨어있다.
그 나무들 속에 스펑나무도 뿌리를 내렸다.
묘한 느낌을 가지고 참 잘왔다는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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