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오름 237]
한라산둘레길까지 자동차 오프로드
네비가 터지지 않아 후퇴 후 1주일 후 재도전
제주의 신비로움을 만끽한 하루
한라산은 신비롭다.
한라산둘레길까지 오프로드를 승용차로 올라가다니
전화 먹통에 네비 먹통까지 온갖 경우의 수를 다 만났다.
그렇게 어점이악의 첫번째 도전은 무산되었다.
시무룩한 귀가길에 장끼 한 마리가 기분을 전환시켜준다.
그런 후 1주일이 지나 다시 도전이다.
어점이악은 한라산둘레길을 넘어 그 위에 있다.
밀림 속이라 전망도 없어 오름의 실체를 보기 어렵다.
그래서 제4산록교로 가서 먼저 어점이악을 전망했다.
한라산이 구름에 가렸다가 걷혀지면서 꽁지를 보이는 가운데
어점이악의 모습이 클로즈 업 된다.
나무가 없던 시절 정상의 바위 군락이 점처럼 보였을 것 같다.
산록도로 곁에 승용차를 주차시키고
돌길과 시멘트길이 엉긴 임도를 오른다.
그러고보니 임도길이 꽃길이며 신비의 길이다.
이 길을 무식하게 승용차를 타고 개고생했던 것이다.
웃음이 나오지만 그것 또한 한편의 드라마였다.
지나고보면 웃을 수 있는 추억을 만드는 것이 현재의 삶인 것이다.
각시고사리가 늘씬한 몸매를 자랑하고
점순이라 부르는 점고사리는 어점이악 전설을 얘기해 준다.
"점, 점, 점, 아~ 점처럼 보이는 오름이구나"
조그만 벼슬봉황이끼가 보기드문 삭을 보여주고
두루미이끼는 탄성을 자아내도록 이 모습 저 모습으로 웃고 있다.
그리고 섬까치수염이 길가에 군락으로 피어있다.
흥분의 길, 신비의 길, 탄성의 길
거기에 보탠 산리본이끼의 긴 엽상체
그러고 금털이끼가 나무 줄기에 듬성듬성 박혔다.
설렘의 길 옆에 어점이악 입구가 보인다.
이제부터 숲속 탐사의 기대를 안는다.
어둠침침한 숲 속에 간간히 빛줄기가 쏘아진다.
앗, 독립배우자체잖아!
작디 작은 좀고사리 독립배우자체가 어떻게 눈에 띄었을까?
알다가도 모를 현실의 흐름에 나또한 노를 젖는다.
정상의 바위 군락은 키가 큰 나무들에 둘러싸여 있고
새소리, 바람소리 속에서 추위까지 몰고 온다.
정상에 앉아 도시락을 먹으며 생각에 잠긴다.
바람과 습기가 찬 기운으로 변해 나를 덮친다.
멀리서 지저귀는 새소리는 누구를 부르고 있을까?
상념을 깬 전화 속의 목소리는 양치식물로 달린다.
큰고란초의 발견이 나의 족적이 남긴 큰일이란다.
발 아래 독립배우차체는 어떤 생각을 할까?
수억년을 버틴 존재도 나의 역할을 기대하는지 모른다.
어점이악의 바위가 주는 이미지는 점고사리처럼 점순이의 모습이라지만
나의 느낌은 나란 존재의 중심에 우뚝 선
끌리는 것에 빠져보는 자아의 실천이 선물한 정상이다.
(2024-06-12)
어점이악
위치 / 서귀포시 도순동 산1번지
규모 / 표고 820m, 비고 45m, 둘레 784m, 형태 원추형
오름 투어 / 2024-06-12
오름 평가 / 추천 (전망 없으나 2.2km 산책길이 좋음)
한라산 중턱에 위치한 화구가 없는 원추형 화산체로서
용암에 의해 대부분이 덮여 있으며 용암의 선단부상에 위치해 있다.
낙엽 및 상록활엽수림으로 덮여 있고, 정상부에는 큰 바위가 있으며, 남쪽의 일부는 깍여 있다.
"제주도 오름과 마을 이름"(오창명, 1998년, 제주대학교출판부)에 따르면
어점이오롬은 於点伊岳·於點伊岳으로 표기 된다.
於点伊와 於點伊는 '어점이'의 음가 결합 표기이다. '어점이'의 뜻은 확실하지 않다.
해발 5백 m 고지에 위치한 영남동에 살았던 주민들은
4.3 사건 당시 마을 위 어점이악 주변의 밀림과 자연동굴에 몸을 숨기며 살았다고하며
토벌대는 눈 덮인 산야를 헤매는 주민들을 즉석에서 총살하고 체포했다고 한다.
(정보 / 웹서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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