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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상사고 투병기 320]
꽃을 찍다 1천보에 불과한 걸음
5천보를 걸어 간 후 되돌아와야
1만보를 채우는 재활의 시간
잔뜩 흐린 날 애월로 달렸다.
지채 꽃이 보고싶었다.
습지라 장화를 신고 지채를 보았다.
지채를 찍는데 갑자기 비가 쏟아진다.
우산을 쓰고 배낭에 커버를 씌우는데
바지는 다 졌고 뒷주머니 손수건에 물이 뱄다.
억수같이 비가 내려 차에서 한동안 기다리다가
다시 지채를 찍고 꺾은 꽃대를 차에 갖고와서
디카로 암수술 촬영 끙끙
그러고 보니 걷기 기록은 1천보에 불과하다.
바지는 축축하고 팬티까지 젖었는데
애월 해변 올레길 따라 걷기운동을 시작했다.
배는 고프고 다리에 힘은 없고
6천보까지 걸어가서 되돌아와야 하는데
왜 이리 먼가
젊은이들은 가볍게 산책하거니 휴식 모드인데
혹시나 해서 디카가 든 묵직한 배낭을 멘 낙상자는 행군이다.
막판에 큰각시취를 발견하여 배낭을 지고온 체면은 차렸다.
6천보 데이터를 확인하고 되돌아온다.
그래야 하루 1만보를 채운다는 나의 법칙
그러나 그 길이 멀어 시간은 19시가 가깝다.
서귀포로 달리는데 다시 비가 내리고
쓰던 안경은 수리점에 맡긴 후 헌 안경을 쓴 흐릿한 시야는
밤길 빗속이 위험과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2023-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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