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살이/한라산 낙상사고

[낙상사고 투병기 1] 거꾸리개고사리 - 구르고 거꾸로 쳐박혔다.

풀잎피리 2022. 7. 2.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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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란을 찍고 디카는 어깨에 걸친 후 배낭 벗어놓은 곳으로 가려고 하는데
식나무 빨간 열매가 보여 인증샷이라도 남기려고 핸드폰으로 찍는 순간 
발 딛은 곳이 무너지며 비탈로 굴러 꺼꾸로 쳐박혔다.
 
눈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낙상사고에 놀란 몸이 왜 이리 불편할까?
자세를 바로잡는 순간 돌이 넘어지며 다시 아래로 굴러 얼굴이 바닥에 쳐박혔다.
정말 어이없는 2차 사고에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어안이 벙벙했다.
 
왼쪽 다리 정갱이가 부러져 덜렁거리고, 왼쪽 새끼손가락 첫째 마디가 위로 튕겨졌다.
그러나 절체절명의 상황이라 아픔 조차도 느껴지 못하고 정신을 가다듬으며 상황을 살폈다.
간신히 안경을 찾아보니 안경테는 찌그러졌으나 다행스럽게도 안경 알은 멀쩡했다.
 
어깨에 매었던 카메라는 렌즈가 떨어져나가고 렌즈의 흔적만 흙이 묻는 채 열려 있다.
떨어져나간 렌즈를 찾아 자켓 주머니에 넣고 뒤를 돌아보았다.
살아나려면 반드시 핸드폰을 찾아야 한다.
 
다행이 머리와 허리는 다치지 않아 엉덩이로 몸을 지탱할 수 있었다.
두손과 엉덩이를 이용하여 굴렀던 비탈을 다시 올라갔다.
덩렁거리는 다리도, 젖혀진 새끼손가락도 무시하고 온몸을 다해 용을 썼다.
 
2m 정도를 올라가 주위를 살펴보니 저멀리 핸드폰이 보인다.
 안도하는 가슴의 소리를 듣고 다시 엉덩이를 옮겨 핸드폰을 잡고 화면을 보니 켜진다.
전에 이 곳에 함께왔던 지인에게 전화를 누르니 신호음이 간다.
 
아~ 이젠 살았구나!
15분 동안의 절체절명의 순간들
아찔, 쿵, 덜렁, 꺾임, 피, 절박, 질질, 핸폰, 신고
 
(2022-04-01 한라산)
 
 

거꾸리개고사리 / 한라산 고지대 등산로 돌틈에 자란다.

 

거꾸리개고사리 / 우편이 아래로 기우러져 있어 거꾸리개고사리이다.

 

거꾸리개고사리 / 머리를 거꾸로 쳐박고 촬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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