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정호수의 기대한 꽃풍경은 보지 못했지만
기대하지 않은 꽃 군락은 몽골여행의 아쉬움을 뛰어넘었다.
"고통도 지나고 나면 달콤한 것이다"라는 괴테의 말에 공감한다.
키르기스스탄 7박 9일 88,900보의 걸음을 남겼다.
3000m 이상에는 나무가 없고 풀이 적은 척박한 땅이었다.
인터넷도 없고, 전기는 태양열로 겨우, 실내 화장실도 없었다.
유르타는 빗물이 흐르고 문이 없어 추웠다.
4일 동안 씻지도 못하는 극한 환경을 참으며
꽃이 주는 마약에 취하여 일정을 소화했다.
"앗! 신혼부부다"
버스에 탄 일행들이 밖의 풍경을 본 후 소리쳤다.
신부는 셔틀버스의 중간 문으로 오르고, 신랑은 앞문으로 올랐다.
신랑은 핸드폰을 보고, 신부는 웃고 있고, 그 사이의 승객들은 갸우뚱한다.
저 신혼의 밝은 얼굴들은 나의 40년 전 그림이다.
이제는 흰머리를 머리에 이고 있다.
바라보면 애처로운 서로의 마음이다.
꽃에 취미가 없는 아내도 함께 꽃탐사 여행에 참여했다.
아내의 위치를 가늠하며 탐사에 제한이 걸리기는 했지만
나이 들어 함께한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왕복 12km 22천 보를 트레킹 했다.
산정호수에서 꽃 군락 풍경을 기대했으나
바위 덩어리 곁의 조그만 호수였고, 기슭은 삭막했다.
가이드에게 물으니 켈수우 호수는 1987년 지진으로 새로 생겼단다.
수백 년이 흐르며 지의류, 이끼류가 터전을 닦아야 생태계가 조성되는데
애초에 정보 검색도 없이 기대한 꼴이 되었다.
점심으로 라면을 끓여 먹으러 들어간 유트타 뒷산에서
뜻밖에도 피뿌리풀 군락을 발견하고 모두들 환호했다.
지난해 몽골여행의 아쉬움을 깨끗이 씻었다.
10여 년 전 중국 소오대산에서 처음으로 피뿌리풀을 보았다.
현직 시절 제주행 비행기의 잡지 표지에서 피뿌리뿔의 빨간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제주살이에서 그렇게나 찾아보았지만 제주에서는 보지 못했다.
그래서 지난해 몽골여행에서 기대하고 기대했다.
그러나 대부분 꽃이 졌다.
키르여행이 선물 피뿌리풀 군락은 환희였다.
키르기스스탄 꽃탐사 여행의 탐사 일행의 눈이 발견했다.
벌판을 빨갛게 수놓은 손바닥난초 군락에 환호했고
빨간 군락 속에 군계일학처럼 하얀 꽃잎을 펼친 개체도 보았다.
영실코스에서 비바람 속에서 보았던 손바닥난초
그간 손바닥처럼 생겼다는 뿌리가 보고 싶었는데
군락 속에서 홀로 떨어진 한 개체를 캐서 뿌리를 보았다.
어린 개체였는지 손가락은 세 개였고 2개는 자라는 것 같았다.
이왕이면 꽃이 풍성한 큰 개체를 캤어야지 하면서 모두 웃었다.
아무튼 손바닥난초 뿌리를 본 것이 횡재였다.
마지막 일정의 알라아르차 국립공원
꽃고비 군락 속에서 흰꽃을 발견했다.
흰꽃고비를 발견한 꽃객은 앞으로 선발대 삼아야 한다고 웃었다.
중국 지역의 백두산에서도 많이 보았던 꽃고비
북한의 평북, 함남, 함북의 고산 지대에 자란다고 한다.
꽃객에게 흰 변이는 어떤 꽃이라도 환호성 감이다.
앵무새고개를 갔다 오는 길
2호차의 특별 배려로 정지했고, 고사리를 보러 올랐다.
헉헉 거리며 바위틈에서 살고 있는 고사리를 보았다.
유르타에서 한 잎 뜯어온 포자낭을 허리 아프게 촬영했다.
3인이 메꽃 탐사를 갔다가 왔더니 잎은 벌써 시들어 뒤집였다.
알라아르차 국립공원의 두 군데에서 더 보았다.
개고사리 종류나 우드풀 종류 아닐까 생각하고
귀국하여 오전 내내 고사리를 검색했다.
전문가에게 묻고 구굴 검색으로 외국의 이미지를 살폈다.
도감의 한들고사리와 너무나도 다른 모습들이었다.
그래서인지 그렇게 보고 싶던 한들고사리인데도 알아보지 못했다.
한들 한들 한들거리는 상상이 이미지였다.
그런데 영어 이름이 Fragile Fern이다.
부서지기 쉬운 발광 고사리란다.
깨지기 쉬운 물건을 택배보낼 때 스티커로 붙이는 이름이다.
세계 곳곳의 고산 지역 바위틈에서 자란다고 한다.
그래서 제주의 저지대 곶자왈 함몰구에서 발견했다는 한들고사리는 특별했다.
인연이 닿지 않은 한들고사리를 외국에서 먼저 보게된 것이다.
키르기스스탄 여행을 가면서 상상했던 풍경
6년전 몽블랑 트레킹 3일차의 키드니 베치 군락을 떠올리면서
설산을 배경으로 미나리아재비 풍경을 감상했다.
추억과 현실의 랑데뷰는 훗날 또다른 현실을 기대하게 한다.
미래의 현실은 미나리아재비의 추억을 믹스하면서
어떤 풍경을 보게 될까?
사는 맛은 현실의 어려움을 극복하게 한다.
실현 가능한 한 발 앞의 미래를 그리면서
오늘을 사는 시니어의 마음이다.
통영에서 출발할 때 택시호출이 안되어 헉헉대며 고개를 올랐지요.
가까스로 지나가는 택시를 탔는데, 통영은 "온정택시" 앱을 깔아야 한다네요.
통영에서 인천공항까지 5시간 30분, 여행 시작도 하기 전에 지쳤어요.
귀국하여 10시50분 통영행 버스를 타서야 안심했지요.
비행기에서 자고, 버스에서 잤어도 파김치가 되었네요.
그래도 키르 여행 잘 갔다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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