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살이

양치식물 이야기 - 코로나의 극복은 제주의 선물이다.

풀잎피리 2025. 2. 18.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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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삿상에서 어릴 적부터 친숙했던 고사리

첫 아들이 태어나 고사리손을 보고 행복했던 젊은 시절을 보내고

은퇴 후 제주살이 중 고사리 세계에 입문한 것은 제주살이의 선물이다.

 

고사리와 물매화

 

제삿상의 고사리는 어린 시절의 추억이다.
고사리를 꺾던 풋풋한 손이 어느덧 쭈굴쭈굴해진 후의 제주살이
뜻밖의 코로나가 양치식물로 들어가는 문이었다.
 
제주살이 중 초기의 꽃탐사에서 고사리를 배웠다.
1개의 종으로 "고사리"를 보았던 것이다.
고사리와 물매화를 한 컷으로 담을 때는 양치식물의 걸음마 단계였다.
 
2019년 갑자기 불어닥친 코로나가 제주생활의 활기를 재웠다.
어린이도서관에서 "아기손을 닮은 고사리"(2019-02-18)를 읽고 흥미를 키웠다.
돌토끼고사리를 산양곶자왈 간판에서 보고, "고사리사랑" 카페에 물었다.
 
돌토끼고사리 이름을 알고 악근천에서 사진을 찍어 카페에 물어봤다.
3번의 탐사와 문답을 거쳐 돌토끼고사리를 인지했다.
어려운 고사리 중 하나인데 큰 모습이 인상적이어서 눈에 들어왔던 것이다.
 
그러다가 "포막"이란 용어에 막혔다.
인터넷에서 포막을 검색하다가 "양치식물의 자연사"를 알았다.
책을 구입(2019-12-11)하고 읽어보는 눈에 호기심의 불을 켰다.
 
용어, 생태, 생리 모두가 생소했다.
생물학의 접근도 필요해 "캠벨의 생명과학 11판"도 구입(2021-07-26)했다.
꽃이 피는 야생화와는 전혀 다른 세계였다.
 

바위족제비고사리


다시 보이는 양치식물이었다.
우리나라 양치식물의 70%가 제주에 서식한단다.
그렇다면 제주살이는 양치식물 배우기의 최적의 기회였다.
 
옛날 어떤 고사리 블로그를 보았는데 미지의 세계에 잊혀졌다.
어짜피 코로나로 홀로된 제주살이
이 기회에 양치식물을 배우자. 
 
코로나로 사람들을 만날 수 없을 때 홀로 제주 계곡을 뒤졌다.
사람이 없는 제주계곡에 마스크는 하지않아도 된다.
살 것 같은 해방감에 혼자 노는 방법을 배웠다.
 
변별력 까다로운 흔한 고사리는 전문가도 힘든 분야이다.
번쩍 눈에 띄는 고사리를 찾자.
호기심의 촉수가 두리번 거리며 먹이를 찾듯이 움직인다.

 

개톱날고사리


포자를 보고, 새순을 찍으려는 노력에 여러번 양치식물을 찾아야한다.
험한 계곡도, 위험한 절벽도, 깊고 깊은 숲속도 가보았다.
하나 하나 이름을 알고 쌓이는 갯수에 흥미의 속도는 올라갔다.

희귀한 고사리를 보는 행운도 얻었다.
주걱일엽, 섬잔고사리, 계곡고사리, 큰일엽초
그리고 독립배우자체까지
 
귀한 모습을 보며 양치식물 세계의 광할함이 엿보았다.
포인트를 찾아 아름다움을 기록하자.
도감의 한 문구를 산에서 찾고 찾았다.

가는잎개고사리에서 아기를 업은 엄마고사리를 보았고
새깃아재비 설경을 담는 황홀함을 맛보았다.
참나도히초미와 관중을 한 컷에 담으며 새순의 반전을 비교하였다.

 

줄고사리


많은 고사리를 보는 것도 좋지만
내가 본 양치식물의 특별함을 찾고 추억을 남기고 싶었다.
양치식물 즐기기 100가지 방법은 나의 다양한 도전이다.

 

그러다 낙상사고를 당해 침대생활을 오래했다.

7개월 만에 다시 제주에 내려와서 동네에서 재활하다가 돌축대에서 고사리를 보았다.

무슨 고사리인지 이름 조차 떠오르지 않는다.

 

혼을 뺀 수술과 재활에 모든 걸 잊게 했다.

다시 시작하는 제주생활은 처참했다.

잊었던 이름을 다시 익히고, 새로운 고사리를 찾았다.

 

다리에 철심을 박고 미친짓을 해가며 층층고란초를 보았다.

다리에 철심을 빼고 목발부터 다시 재활하며 선비늘이끼를 보았다.

제주살이 마무리로 오름과 올레길에 올인할 때 가까스로 공작고사리를 보았다.

 

골고사리

 

내가 제주에서 본 양식식물은 모두 173종이다.

우리나라 양치식물 298종 중 213종이 제주에 서식한다.

그 중 내가 본 제주 양치식물의 81%는 제주살이의 선물이다.

 

은퇴 후 제주의 양치식물은 나의 열정을 시험하는 도전이었고

제2의 삶에서 나의 모습을 바꾼 황홀한 경험이었다.

또한 낙상사고와 재활의 어려움을 극복해준 신비의 콘텐츠였다.

 

세뜨기

 

늘 보던 모습이 아닌 다른 모습

처음 보는 모습에서 떠오르는 어떤 모습
호기심이 만드는 양치식물의 fun fern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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