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세류역에서 올라가고
장인어른은 동두천에서 내려오시고
낙상자의 걸음마는 의정부까지
장인어른과 의정부에서 점심 식사를 약속한 날
집에서 나설 때 6층 계단으로 내려왔다.
전철시간에 맞추느라 25분을 급히 걸어서 세류역에 도착했다.
지하도로 내려가서 상행선으로 오르는 계단을 부지런히 오른다.
전철이 오는 소리가 나며 아내가 빨리 올라오란다.
마지막은 얼떨결에 두 칸을 한번에 올라 간신히 전철을 탔다.
다리가 놀라 후끈거리는 듯 하다.
전철 시간 텀이 길어 약속시간에 맞추려면 반드시 타야했기에
무리를 할 수 밖에 없었다.
구로역을 지날 때 1991년 추억이 떠오른다.
새벽 3시부터 구로역 계단에서 기다려 새벽 4시30분 인천행 첫 전철을 탔다.
그 때 젊었고, 나처럼 택시비를 아끼려고 계단에서 첫 전철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부족해도 젊음으로 버틴 30대의 3번째 직장의 초기였다.
그 젊은 시절이 이제는 은퇴의 시간이 되었다.
그것도 낙상자의 재활시간이 차지하고 있으니....
90대 장인어른은 나와 띠동갑으로 건강한 모습이셨다.
하루 4시간 운동하신다고 하여 나의 재활에 힘을 주신다.
의정부에서 생갈비를 맛있고 먹고 다시 하행선 급행 전철을 탔다.
목발 없이 앉아있는 나를 다른 사람들은 평범한 모습으로 보일 것이다.
하지만 낙상사고 재활자의 시선은 배낭을 안고 등산화를 신은 사람이었다.
나도 저렇게 앉아있던 적이 엄청 많은데 이젠 부러움이라니...
다시 시선은 앉아있는 나의 앞에 입석으로 탄 여인의 새끼손가락이었다.
핸드폰에 열중하면서 핸드폰을 받친 새끼손가락의 미세한 움직임
장애로 굳어진 나의 새끼손가락을 보면서 한 없이 부러운 시선으로 올려다 보았다.
누구가의 일상이 이렇게 부러운 적이 있었던가?
낙상사고로 낮아진 시선은 많은 것을 부러움으로 본다.
특히나 장애진단서까지 발급받은 굳어진 새끼손가락에는 삶의 슬픔이 묻어있다.
(2022-11-23)
담배를 짚으며 푹 던진 질문의 끝에서
강찬은 라노크가 무언가를 말하지 않고 있음을 확신했다.
전에는 전혀 알지 못했던 라노크의 작은 반응들이
이제는 어떤 의미인지를 알 수 있었다.
새끼손가락이 떨리는 것을 본 이후로 부쩍 그랬다.
(갓 오브 블랙필드 8권4화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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