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발 짚고
새끼손가락 보조기 차고
꽃을 찾는 재활길
나에게 꽃을 찾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그것은 나에 대한 위로이며 힐링이다.
꽃의 이름을 불러주고, 인연의 끈을 맺는 것이다.
낙상사고 후 그 의미는 더욱 짙어졌다.
무거운 전용 카메라가 아니라 주머니에 넣을 수 있는 핸드폰으로
재활하는 나와 또 다른 개체인 꽃과의 관계를 가까이 한다.
목발의 짚고, 새끼손가락은 보조기를 찬 채
생태를 살피며 걷기 운동을 한다.
꽃의 이름을 불러주고, 이름을 모르면 검색하면서
보라색의 새콩이 새의 입처럼 생긴 꽃을 피웠다.
왼손으로 꽃의 얼굴을 나에게 보이게 하자 새끼손가락 보조기도 보인다.
새콩의 꽃과 새끼손가락 보조기가 핸폰 사진에 담긴다.
중부지방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새콩이어서
그동안 제주살이하면서 관심이 적었었다.
그러나 수원에서 재활하면서 새콩의 의미를 새감 깨닫는다.
새콩의 꽃말은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
아마도 새콩은 땅 속의 폐쇄화로도 열매를 맺을 수 있으므로
종자 번식에 유리하기 때문일 것이다.
나 또한 재활과정이 아무리 힘들고 짜증나더라도
반드시 찾아야 할 일상의 행복이 절실하다.
그래서 긍정의 힘을 붙들고 꾸준히 걷기 운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손가락의 굳어짐이 더 하는 것 같아 1주일 도전 재활을 시작했다.
손가락 보조기를 도서관에서도 산책길에서도 잠을 잘 때에도 계속 찼다.
손이 아려 밤에 잠을 깨서도 잠시 풀었다가 다시 찾다.
그렇다고 새끼손가락이 정상으로 돌아오지는 않지만
그렇게라도 해야 더 이상 굽어지지 않을 것이다.
다리와 손가락, 진퇴양난의 재활길, 멀기도 하다.
(2022-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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