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기간의 소중한 추억을 안겨준 우시장천
한 가지 흠이 모자 분실로 찾지 못했다.
제주도 가족 여행의 추억이 깃든 모자를
한담도서관에서 두 시간 정도 앉아있다가 걷기운동을 나서면
수술한 발이 굳어 걷기가 매우 불편하다.
그래서 도서관 옆의 벤치에서 쉬어가곤 했다.
벤치에 누워 수술한 발을 높이 올렸다 내렸다를 한다.
그런데 벤치 사이에 칸막이 쇠붙이가 있어 머리를 받치면 딱딱하다.
그래서 모자를 베개 삼아 받치며 쉬었다.
일어나 목발을 짚고 걷기운동을 계속했는데
유턴하여 거의 다 왔는데 머리가 허전한 걸 그 때 알았다.
모자를 벤치에 놓고 걷기운동을 나섰던 것이다.
아주 친절한 주민들을 늘 보았기에
징검다리를 건너 쉬던 벤치로 가면서도 그냥 거기 있겠지 했다.
그런데 벤치에도 주위에도 모자는 없었다.
아내가 아파트 주민 밴드에 모자 분실 위치를 올렸는데
내가 찾으러 가기 10분 전까지 그 벤치에 있었다는 댓글이 달렸다.
그렇다면 10분 사이에 손을 탄 것이다.
몸에 걸치던 소중한 물건을 잃어버렸을 때의 상실감은 대단히 크다.
추억과 땀이 배어 주관적 가치는 객관적 가격을 훨씬 상회하기 때문이다.
제주도 가족여행의 추억과 우시장천 재활길의 땀이 밴 모자를 잃어버렸다.
차마고도의 추억과 땀이 밴 검은 모자를
홍도의 유람선에서 바람에 날아가 바다로 사라진 후
얼마나 마음이 아팠는지 늘 생각나곤 했는데
삼복더위 재활길에서 햇빛을 차단하고
땀에 절어 얼룩진 낡은 모자를 대체 누가 가져간 것일까?
우시장천 사람들의 친절함에 누가 먹칠을 했단 말인가?
대체 모자인 넓은 챙이 달린 모자는 머리에서 헛도는 듯 하다.
좋고 좋았던 우시장천 추억에 흠집이 생겼다.
세 번째 모자를 기다리는 머리에 아쉬움이 절절하다.
(2022-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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