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전 몽블랑TMB 꽃탐사를 함께했던 친구들이 제주를 찾았다.
하루를 함께한 11시간 30분의 시간들이 또하나의 추억을 만들었다.
어려웠던 순간들이 흐뭇한 추억으로 탐바꿈하는 시간의 커피맛이 참 좋다.
새벽 4시 영실을 찾아가는 길은 오리무중이라 저속으로 눈을 부릅떴다.
영실에 도착하니 05:10, 비가 내리고 차량은 우리 차량 2대 뿐이다.
반갑게 인사하고 손바닥난초를 그리며 영실코스를 오른다.
우비를 입고 우산을 쓰고 오르는 숲길에 후라쉬의 불빛이 길을 밝힌다.
능선에 오르니 비바람이 거세 우산을 접었다.
강풍에 진눈깨비가 얼굴을 때리듯한 따가움이 몰아친다.
안경은 물방울이 범벅이 되어 보이지 않고
안경을 벗으면 코앞만 보이고 떨어진 곳은 희미하다.
바지는 젖어 허벅지에 달라붙고, 신발 속의 양발은 헤엄을 친다.
강한 비바람 속에 손바닥난초가 보인다.
1년만에 또다른 모습으로 비바람을 맞고 있다.
디카는 커낼 생각도 못하고 휴대폰으로 흉내만 낸다.
손바닥난초는 뿌리가 손바닥을 닮았다.
손바닥을 펴보니 빗물에 불어 울퉁불퉁하며 하얗게 변해있었다.
비바람 속에서 손바닥난초의 뿌리를 상상한다.
하산길은 비바람을 마주쳐 더 어렵다.
안경을 벗고 엉금엉금 내려간다.
신발 속의 물이 질겅질겅 느껴진다.
미끄러운 바윗길
안경을 벗다쓰다 고난의 하산길이다.
하산을 끝낸 후 신발을 벗고 양말을 벗어 짜니 물이 줄줄 흐른다.
2시간 30분 고난의 모습으로 9시간의 제주꽃탐사는 이어졌다.
꽃이 좋아 꽃을 찾고 시간이 촉박하여 배는 졸졸 고프지만
함께한 시간들은 더없이 아름답다.
(2020-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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