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7 13

[낙상사고 투병기 3] 모데미풀 - 구조를 기다리며 엄습해오는 공포

발신전화는 되는데 수신전화는 먹통 낙상장소를 아는 지인과 119 출동자 따로 출발 구조요원은 어디 쯤 오고 있는지... 발신전화가 통하는 소리에 가슴이 두근거린다. "여보세요? 여기, 춘란 있는 그 계곡이예요. 다리가 부러져 움직일 수 없으니 119에 구조요청 해주세요." 잠시 뒤 두번째로 119의 구조요청 통화가 연결되었다. "한라산 계곡에서 낙상사고 당했는데, 이 장소를 아는 지인도 119로 신고한다고 했으니 그 지인을 대동해서 함께 오면 낙상사고 지점을 찾을 수 있다고 ..." 통화를 마치고 내 주위를 살피니 땅에 피가 흥건하고 나뭇가지에도 피가 묻어있다. 계곡 사면 중간의 비탈에 널부러진 자리는 오후에는 해가 비치지 않아 어둑하다. 깍아지른 절벽 아래 너덜, 시야는 나뭇가지 사이로 계곡이 보일 뿐..

[낙상사고 투병기 2] 식나무 - 천운으로 살아났다.

삶과 죽음의 갈림길은 한 순간이다. 살아났다는 것에 대한 표현은 세상에 대한 감사이다. 땀 흘리며 재활하는 시간에 참으라는 힘을 주는 그 순간을 천운 1. 굴렀는데 머리와 허리는 다치지 않았다. 천운 2. 골절된 다리를 질질 끌며 비탈에서 핸드폰을 찾았다. 천운 3. 전화불통지역에서 다행히 발신전화가 터졌다. 공포를 느끼기에 차고 넘치는 높이였다. 떨어지면? 두 다리가 박살나는 걸로 끝나지 않을 터이다. 믿는 건 두툼한 방화 벨트 하나 뿐... 공포를 기합으로 밀어내며 몸을 날렸다. 강렬한 태양, 눈부신 모래 사이에서 하얀 담배 연기가 그의 머리를 스쳐 허공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낙상사고 투병기 1] 거꾸리개고사리 - 구르고 거꾸로 쳐박혔다.

춘란을 찍고 디카는 어깨에 걸친 후 배낭 벗어놓은 곳으로 가려고 하는데 식나무 빨간 열매가 보여 인증샷이라도 남기려고 핸드폰으로 찍는 순간 발 딛은 곳이 무너지며 비탈로 굴러 꺼꾸로 쳐박혔다. 눈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낙상사고에 놀란 몸이 왜 이리 불편할까? 자세를 바로잡는 순간 돌이 넘어지며 다시 아래로 굴러 얼굴이 바닥에 쳐박혔다. 정말 어이없는 2차 사고에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어안이 벙벙했다. 왼쪽 다리 정갱이가 부러져 덜렁거리고, 왼쪽 새끼손가락 첫째 마디가 위로 튕겨졌다. 그러나 절체절명의 상황이라 아픔 조차도 느껴지 못하고 정신을 가다듬으며 상황을 살폈다. 간신히 안경을 찾아보니 안경테는 찌그러졌으나 다행스럽게도 안경 알은 멀쩡했다. 어깨에 매었던 카메라는 렌즈가 떨어져나가고 렌즈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