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7 13

[낙상사고 투병기 13] 면도 - 여드레만의 면도날도 갈팡질팡

한라산, 응급실, 수원행, 수술, 입원 고난과 역경의 시간이 만든 딴 사람 여드레만의 면도날도 갈팡질팡 나이가 드니 머리카락, 수염, 손발톱이 더 빨리 자라는 것 같다. 이발하고 1달도 되지않아 덥수룩하고 수염은 하루만 지나도 얼굴이 더부룩하다. 낙상사고 후 역경의 시간을 거치는 동안 면도에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그런데 수술 후 침대생활이 계속되다보니 얼굴이 엉망이다. 물수건을 얼굴을 문지르고 면도 크림을 바른 후 아내가 거울을 비쳐주는 가운데 8일간 자란 수염을 깎는다. 면도칼이 잘 먹지 않아 살갗에서 서걱 서걱 소리가 나고 또한 왼손으로 문질러 꺼칠한 부분을 재차 깎아야 하는데 왼손은 반깁스를 하였으니 그것 또한 답답하다. 한참을 낑낑대며 면도를 하였으나 거울로 비쳐봐도 엉성하기 짝이 없다. 그래..

[낙상사고 투병기 12] 부종 관리 - 냉찜질과 거상이 정형외과 수술 관리의 핵심이다

붕대와 반깁스로 피가 잘 통하지 않고 다리는 부어 탱탱하고 색깔도 칙칙하다. 다리를 높이고 얼음팩으로 버티는 시간들 냉각치료(신장분석치료) / 액화된 이산화탄소 냉기를 치료 부위에 분사 수술한 다리는 탱탱하고 붓고, 색깔도 칙칙해진다. 그래서 냉찜질을 많이 해주고 부은 다리를 심장보다 높게(거상) 하여 피가 잘 통하게 해야 한다. 뼈가 움직이지 않도록 반깁스(splint)를 하고 골절 부위의 철심이 2개가 삐져나와 있어 솜붕대를 두껍게 싼 후 압박붕대로 둘러야 한다. 그래서 부기가 쉽게 빠지지 않는다. 보완책으로 하루 2번 냉각치료를 받았다. 냉각치료의 정식 명칭은 신장분석치료이다. 신장분석치료는 액화된 이산화탄소 냉기를 치료 부위에 분사하여 피부 온도를 급속하게 냉각시키는 치료 방법이다. 피부에 직접 ..

[낙상사고 투병기 11] 철분 주사 - 피를 많이 흘렸구나

다리 수술 후 하루가 지났다. 척추마취는 모두 풀렸고, 병원생활의 일상이 시작되었다. 얼굴의 붕대, 왼쪽 팔과 손, 왼쪽 다리의 붕대와 반깁스 상태로... 아침 저녁으로 피검사는 기본이다. 그런데 빈혈기가 있다고 철분주사를 맞아야 한다고 한다. 하긴 옆 침대 환자는 다리와 어깨수술 후 수혈도 받았다고 했지. 나는 원래 저혈압이고 피가 적어 헌혈도 못해봤다. 30년 전에는 급성 위십이지궤양으로 수혈도 받았었다. 그런데 낙상사고로 피를 많이 흘리고, 수술까지 받았는데도 철분수사는 감지덕지다. (2022-04-06)

[낙상사고 투병기 10] 척추마취 후 관리 - 8시간 움직이지 않고 버티기가 수술보다 힘들다.

3시간의 다리 수술을 마쳤다. 주치의도 별다른 소견이 없다. 그렇다면 잘 되었겠지... 병실의 침대에 누웠으나 하체의 감각이 없다. 마취가 풀리면서 느껴지는 다리의 통증을 완화시키기 위해 무통주사 액이 '뚝! 뚝!' 떨어진다. 주의사항은 8시간 동안 머리를 들지않고 누워있으면서 음식물이나 물도 섭취하지 말아야 한다. 저녁 11시 까지라, 전날 10시부터 금식을 했으니 꼬박 24시간이다. 하지만, 그 8시간은 수술 받은 것 보다 더 힘들었다. 소변을 볼 때도 머리는 들지않고 통나무처럼 몸을 굴려 옆으로 한 후 병원용 소변기에 누워야 한다. 제일 힘든 것은 허리가 끊어질 듯 아픈 것이다. 갈증도 심해 거즈를 물에 적셔 물고있다가 뱉기고 했다. 잠도 오지 않는다. 아내가 옆 침대 보호자와 얘기를 주고 받는다...

[낙상사고 투병기 9] 다리 경비골 골절 수술 - 헐! 아! 앵! 샷!

"헐!" "아!" 안타까운 대화들이 들리고 씨암(C-arm)에 나타난 내 정강이뼈 "앵!" 나사 박는 소리가 귀를 때린다. 수병원에서의 이튿날 전날 저녁 10시부터 금식하고 물 한모금 조차 먹지 못했다. 수술실을 향하는 이동침대에서 하루의 일정과 앞날을 떠올린다. 수술실 문이 닫히고 수술대 위에 뉘여졌다. 웹소설 닥터 최태수를 보았기에 수술실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아~ 저것이 씨암(C-arm)이구나~ 척추마취를 위해 새우등 자세를 취하고 몇번을 찌르는데 짜증이 났다. 그제서야 간호사가 시범을 보이고, 올바른 새우등 자세가 나왔다. 진작 이렇게 시범을 보였으면 쉽게 마취 주사를 놓았을텐데 ㅠㅠ 웅크린 새우등 뒤에 드디어 제대로 된 마취 주사가 찔러졌다. 왼쪽 다리는 높이 올렸는데 감각이 없어졌다. 차단막..

[낙상사고 투병기 8] 새끼손가락 수술 - 희한하게 끊어진 힘줄이여~

탈구 교정으로 끝날 줄 알았다. 그러나 힘줄이 희한하게 끊어졌단다. 예정보다 2배나 더 길었던 수술시간 수원의 정형외과 전문병원인 수병원에 9시에 도착했다. 골절 환자들이 시장통처럼 많이 들락거린다. 접수를 하고 다리와 새끼손가락 MRI 촬영을 했다. 다리는 경비골(정강이뼈와 종아리뼈)이 골절되었는데 무릎 바로 아래의 경골이 골절.파쇄되었고, 비골은 단순 골절이란다. 그런데 경골은 무릎 바로 아래가 애매하게 부러져 고난도 수술이 될 거라고 한다. 그래서 다리 수술은 다음날 씨암(C-arm)을 빌려오고 전문의를 추가 투입하여 수술하기로 하고 우선은 새끼손가락의 힘줄을 연결하는 수술을 하자고 한다. 수술실에 누워 겨드랑이에 마취주사를 맞았다. 왼쪽 팔에 감각이 없어지고 차단막이 쳐졌다. 태어나 처음으로 수술..

[낙상사고 투병기 7] 제주 탈출 - 여객선을 타고, 고속도로를 달려

아들이 첫 비행기로 날아왔다. 제주항 부두에서 특별 서비스 받고 목포에서 수원으로 달렸다. 일요일 아침 일찍 병원에 있던 아내는 집에 가서 귀경 준비를 했고, 나는 차량이 주차된 한라산둘레길 주차장 지도를 캡쳐해 아들에게 보냈다. 아들은 첫 비행기로 제주에 와서 서귀포 집에 들렸다. 아들은 차량 열쇠를 받아 택시로 차량이 주차된 곳으로 가서 차량을 가지고 서귀포 집에 와서 간단한 짐을 실었다. 아들과 아내는 차를 타고 서귀포의료원에 와서 나를 픽업했다. 차량 뒷좌석에 창문을 기대어 앉고 벋정다리는 빈 트렁크 위에 올려놓았다. 이 자세로 서귀포~제주항, 목포~수원을 달려야한다. 일반인이 제주항을 이용할 경우 운전자만 제4부두에서 차량을 여객선에 탑재한 후 도보로 제2부두로 와서 탑승 수속을 받아야 한다. ..

[낙상사고 투병기 6] 서귀포의료원 - 고민 고민 하다가 제주를 탈출하자

토요일, 일요일은 휴진 제주집은 침대 없고, 3층 계단 안 되겠다, 제주를 탈출하자. 서귀포의료원 응급실에서 다리 수술은 언제 하냐고 물었더니 내일(토요일) 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한다. 그러나 토요일이 되어도 아무 연락이 없다. 간호사에게 물어보니 토,일요일은 휴진하고, 주치의의 집이 성산이라 월요일에야 수술한단다. 그렇다면 이틀이나 이 상태로 침대에 누워있어야 한다. 지인은 제주시의 한라대병원에 입원하지 못한 아쉬움을 전한다. 제주의 전세집은 3층 계단을 올라야 하고 결정적으로 침대가 없어 다리 수술후 퇴원해도 재활병원으로 가야한다. 그렇다면 수원으로 가야 하는데 그 문제도 만만찮다. 비행기는 부은 다리가 압력에 터질 수도 있고 비니지스석도 다리를 뻗을 수 있을 만큼 넓지 않다. 그리고 공항 이용..

[낙상사고 투병기 5] 응급실 - 이마 꿰메고, 새끼손가락 탈구 처치

얼굴은 이마 6바늘 꿰메고 손가락은 탈구 조정 후 핑거깁스 골절 다리는 꿰멘 후 긴 반깁스 낙상사고 후 4시간만에 구급차에 태워졌다. 서귀포의료원으로 간다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놀라는 아내, 미안한 마음 119 구조대원과 지인 사이의 꼬인 이야기가 들린다. 지인과 함께 구조대가 출발했으면 1시간은 더 일찍 구조되었을텐데 서귀포의료원으로 달려가는 흔들리는 시간 서귀포의료원 응급실에 도착하여 응급조치를 받았다. 골절 다리 엑스레이를 찍으려고 다리를 올리는데 눈물이 찔끔 나올 정도로 통증이 몰아친다. 손가락 탈구를 원상 조치하는데 왜 그리 아픈지 눈을 감고 아우성쳤다. 이마가 찢어져 6바늘 꿰메는데 따금거린다. 다리는 찢어진 부위를 꿰메고, 발부터 허벅지까지 붕대를 감고 긴 반깁스를 하..

[낙상사고 투병기 4] 계곡고사리 - 계곡 탈출, 영차! 영차!, 아야! 아야!

119 대원들의 "영차! 영차!" 들것에 실린 낙상자 "아야! 아야!" 구사일생, 계곡 탈출 2시간 "여보세요!!!" "예~~ 여기예요!" 드디어 목소리를 교환했다. 119 구조대원들이 계곡 아래에 보인다. 응급조치요원이 먼저 내 곁으로 올라왔다. 바지를 자르고 소독하고 붕대를 감고 부목을 채웠다. 내 배낭 위치를 알려주고 배낭을 가져오라고 부탁했다. 119요원이 배낭을 가지고 와서, 배낭에서 물병을 꺼내 마시니 그제야 살것 같다. 배낭에 카메라와 모자를 넣었다. 계곡 아래에 지인도 도착해 탈출구를 찾는 소리가 들린다. 계곡 위는 한라산 둘레길 주차장, 계곡 아래는 산록도로 지인의 추천길은 계곡 아래의 산록도로가 더 가깝다고 한다. 들것에 눕고 배낭을 베개삼아 머리를 뉘었다. 119구조요원 6명이 한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