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의 날개처럼 생긴 귀한 이끼이다.
제주에 오고 싶은 이유 중 하나였다.
가뭄으로 말라 비틀어져 물을 주고서야 잎을 폈다.
제주공항에서의 당황함과 놀람을 딛고
여러 번 전화를 걸어서야 일정을 잡았다.
토요일에는 영실에 오르는 계획도 세웠다.
제주 2일차는 공작이끼가 목표이다.
꽃객 한 분의 차를 타고 한라산으로 향한다.
한라산에 걸린 구름이 제주의 일정에 희망을 주는 것 같다.
어리목에서 한 분을 더 만나 계곡으로 갔다.
바삭바삭한 바위가 그동안 가뭄이 얼마나 심했는지 알 것 같다.
풀 냄새가 아닌 먼지 냄새가 난다.
보물 계곡이 마른장마에 이렇게 달라졌다.
다른 계곡도 마찬가지다.
공작이끼가 있다는 자리에 공작이끼는 보이지 않는다.
마른 이끼들이 무슨 이끼인지 알 수가 없다.
식수로 가져온 물 반병을 주고 나서 한참을 기다렸다.
공작새가 날개를 펼치는 것처럼 서서히 그 모습이 드러났다.
처음 본 공작의 모습에 심취하여 눈을 뗄 수가 없다.
공작이끼, 드디어 내 눈이 확인했다.
새끼손가락 반만한 이끼에 마음을 쏟았다.
제주살이 마지막에 공작고사리를 본 것이 행운이라면
제주살이 후 첫 제주 방문에 공작이끼를 본 것은
공작새의 아름다움처럼 제주의 아름다움을 다시 보는 것 같다.
이어서 회목나무, 진저리고사리, 우산물통이, 으름난초, 남방꿩의다리, 두잎감자난초를 보았다.
다시 보는 제주의 식물들이 9개월간의 시차를 넘어 슬라이드처럼 지나간다.
2일차 제주는 제주에 온 목적의 첫 단추를 끼웠다.
(2025-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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