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미/나의 삶

알지모를 - 문학은 그 길 옆에 핀 야생화

풀잎피리 2026. 3. 8.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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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법을 지키려는 시니어의 고지식

 

 

글을 쓰고 맞춤법 검사를 할 때면 표준말 예시가 나를 안내하곤 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라는 차가운 메시지가 화면을 채웠다. 나는 분명 1mm이 식물 줄기의 관다발을 보며 "고양이인지 두꺼비인지 알지모를 이미지로 흐려지곤 한다"라고 썼다.

 

그것은 머리로 계산한 단어가 아니었다. 영화 속 주인공이 되어 호랑이 꼬리를 잡은 고양이를 촬영하는 다큐멘터리의 기사로서, 뷰파인더 너머 희미한 형상을 마주한 순간 나로 모르게 읊조린 "애드립"이었다.

 

영화는 드라마틱한 야생의 세계인데 맞춤법의 굴레에 갇혀 이 장면을 다시 찍을 수는 없다. 나는 이 애드립이 너무나 좋다. 문학에는 '문학적 허용'이라는 길이 있다고 하지 않던가. "알지모를"이라는 표현은 "정체 모를"이라는 딱딱한 표준어에 화장(化粧)을 하고 미시의 세계라는 극한 상황에서 마주한 찰나의 느낌을 담아낸 나만의 야생화다. 

 

나는 야생화 마니아다. 잘 닦긴 길을 따라가면 안전하지만, 예쁜 야생화를 보려면 때로는 길 밖으로 발길을 떼어야 한다. 맞춤법이 반듯한 길(Road)이라면, 문학은 그 길 옆의 척박한 틈새에 피어난 야생화(Wildflower)와 같다. 사전 속에는 살지 않지만, 나의 뷰파인더 속에서 기어이 피어난 이 "알지모를꽃". 이 발견의 기쁨이 가슴에 넘쳐 마음을 담은 시 한 편을 여기에 내려놓는다.

 

꼬리고사리 잎줄기 단면 1mm 속에서 찾은 고양이 / 고양이인지 두꺼비인지 알지모를 이미지로  흐려지곤 했던 순간

 

 

알지모를꽃

 

길 위에는 정해진 표지판이 있지만

숲속 꼬리고사리의 1mm 단면 속에는

알지모를 야생화가 숨어 살지요.

 

남들은 "그건 틀린 길이야"라고 말할 때

그 길섶에 주저앉아

호랑이 꼬리를 문 고양이를 찾아내는 것

 

시니어 관록이 본

사랑의 꽃 아니겠습니까

 

 

미륵산 정상의 고양이 / 참지네이끼를 촬영하러 올라가서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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