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배바위와 구멍바위에서 신나게 놀아보라고
섬이 아닌 섬이 된 함박도가 나를 잡아끈다.
섬을 한 바퀴 돌면서 아름다운 풍경에 매료되었다.
할배바위 정보를 미리 알고 스크랩해 놓았으면서도
풍화일주로 산책 전에는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
꽃을 찍었는데도 안 보았다는 생각도 하는데 뭘? 하며 위로한다.
통영 산양읍 풍화리에 함박마을이 있다.
원래는 함박도였는데 둑을 막고 다리가 놓여 섬이 아닌 섬이 되었다.
그래서 섬 투어라 생각하고 한 바퀴 돌면서 할배바위와 구멍바위를 찾았다.
함박도 출신 김미선 시인의 시 '함박이라는 섬'에는
"내 어린 그때 우주만큼 큰 몸집이었지
이제는 갈수록 작아져서 손바닥으로 가려도 되는 섬 아닌 섬"이라 표현했다."
그런데 내가 섬 둘레를 트레킹하면서 본 풍경은
함박도가 작은 섬이 아니라 큰 몸집을 가진 한려해상공원의 일부분이었다.
굽이 굽이 바위들이 만든 수 많은 모습들이 정말 큰 바위 전시장이었다.
섬을 한 바퀴 돌아 함박마을에 다시 오니 불 켜진 작은 마을이 되어 있었다.
내 어릴 때 초등학교가 크다고 생각했던 그 시절로 돌아가 풍경을 보고 온 것이리라.
시인도 아마 섬 뒷편의 바위 전시장은 보지 못했으리라 생각도 하면서 말이다.
시인은 또 이렇게 이어간다.
"푸르고 넓은 바다는 사라지고 내 가슴속에 가시로 남아
지나간 세월을 찔러대는 잃어버린 첫사랑의 이름, 함박도"
마을 뒷편에서 본 해상 쓰레기 중에 스치로풀이 모래 알갱이처럼 흩어져
뒹글고 있는 모습에서 푸르고 넓은 바다는 언제까지 젊을 수 있을까란 불편한 생각도 했다.
그럼에도 함박도는 아름다웠다.
할배바위와 구멍바위
그 좁은 계단을 통한 층층이 지은 집들
힘들었던 트레킹을 잊지 못할 추억으로 갈무리하는 함박도이다.
(2024-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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