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살이/한라산 낙상사고

[한라산 낙상사고 233] 카메라 확인 - 렌즈 두 동강 속에서도 본체는 괜찮다.

풀잎피리 2023. 5. 20.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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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는 파손되었는데
카메라는 고장나지 않았다.
장난감이 망가지지 않은 아이의 미소를 지었다.
 
 

두 동강난 16-35 L렌즈 신형과 골동품된 카메라 본체


 
제주에 내려온지 한 달이 넘었다.
그동안 재활로 바쁘디 바뻤던 시간들
카메라 가방도 방치한 채
 
연말이 다가오니 문득 카메라 가방이 궁금해졌다.
카메라는 사용가능한가?
카메라 가방을 열었다.
 
낙상사고 당시 등산배낭에 쑤셔넣었던 카메라
수술하러 수원에 왔을 때 이웃 지인이 배낭에서 꺼낸 후
다른 스페어 렌즈와 함께 카메라 가방에 넣어 9개월간 방치된 상태였다.
 
카메라에 마운트 되었던 광각렌즈는 두 동강이 나서 폐기할 처지이다.
본체에 남겨졌던 렌즈 1조각을 분리한 후
다른 렌즈를 마운트해서 셔터를 눌러보았다.
 
다행히 셔터는 눌러져서 본체는 살아남았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다시 카메라 가방에 넣으면서 천만다행으로 생각했다.
카메라 본체가 망가졌으면 카메라 자체를 새로 사야 하기 때문이다.

 
사람이 넘어져도 카메라는 안고 넘어졌다는 어느 꽃객의 얘기처럼
몸은 망가졌어도 카메라 본체가 무사하니 다행이라는 생각을 할 정도로
카메라는 은퇴생활자의 가장 귀중한 장난감인 것이다.
 

카메라는 줘도 받을 사람이 없는 낡은 구식인데

두 동강난 광각렌즈는 거금을 들여야 하는 고급 렌즈이다.

그런데도 렌즈 파손의 아쉬움보다 카메라가 고장 나지 않은 기쁨이 더 큰 아이러니 

 

사실 카메라는 구입한지 10년을 훌쩍 넘긴 골동품이다.
그러나 낙상사고를 당했던 순간에도 함께 했던 장난감이기에
망가져서 아주 못쓰게 되지 않은 한 다른 것으로 교체할 생각은 없다.

 

재활이 어지간히 진행되어
다시 카메라를 잡게 될 그 날을 그리면서
오늘도 재활에 발걸음을 내 딛는다.
 
(2022-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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