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양고비의 미소
아픈 허리 감싸쥐고 흐린 시력 다독이니
강의와 열정 고맙다는 2억 년 진짜 미소
오늘은 음양고비날 양치식물 웃음이라

경남수목원 고사리 공원에는 헛웃음이 나오는 간판이 하나 서 있다. 한쪽에는 '은행나무', 또 한쪽에는 '고사리류'이라 적힌 간판. 은행나무는 1종의 나무로 명확히 특정한 반면, 전 세계 만 종이 넘는 고사리를 그저 '고사리류'라는 뭉뚱그린 명칭과 3억년의 나이로 퉁쳐버린 행정 편의주의적 게으름이라니. 참 웃기고도 민망한 노릇이다.
흔히 고사리라고 하면 고생대 석탄기부터 살아 있는 원시 식물이라 생각하는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곤 한다. 하지만 현생 고사리류의 80%는 중생대 백악기 후기, 속씨식물이 만든 그늘에 적응하며 폭발적으로 진화한 '가장 세련된 현대적 생명체'들이다. 그래서 나는 영남알프스 버섯팀에서 양치식물 특강을 기회삼아 숲해설가들에게 목소리를 높였다. "고사리류라는 게으른 이름 뒤에 숨겨진 진짜 주인공, 2억 년 이전부터 제 자리를 지켜온 '음양고비'의 진짜 이름을 찾아 간판을 고쳐 다는 것이 바로 여러분들의 몫입니다."

음양고비는 2억 년 이전인 트라이아스기 후기부터 지구상에 살기 시작했고, 현재는 동아시아와 미국 동부에서 자생하고 있다. 잎줄기의 아래쪽에 포자낭군, 위쪽에 잎이 펼쳐져 음과 양이 1줄기에 조화를 이룬다 하여 '음양고비'라는 아름다운 이름이 붙은 양치식물이다.
그러던 중 통도사 버섯탐사 장소가 바뀐 곳에서 꿈에 그리던 음양고비를 대면했다. 아쉽게도 음양고비의 특징인 영양잎과 포자엽이 완벽하게 제 모습을 갖춘 타이밍은 놓친 뒤였다. 하지만 남의 사진을 빌려 강의하며 가슴 한구석을 짓누르던 부채감을 털어내기에는 살아 숨 쉬는 음양고비 자체를 마주한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내가 직접 발품을 팔아 대면하고, 내 렌즈로 그 숨결을 기록했기에 비록 '반쪽짜리'일지언정 이제는 온전한 나의 고사리가 된 것이다.
(2026-06-21)























































'♪ 통영살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거제 탐사] 진퍼리까치수염 - 축축한 진퍼리에서 건져 올린 평화 (6) | 2026.09.24 |
|---|---|
| [함안 탐사] 계요등유리나방 - 짝짓기에서 배운다 (8) | 2026.09.20 |
| [함안 학습장] 꽃들과 곤충은 꽃객들이 신기해 (6) | 2026.09.19 |
| [통영 탐사] 백강균(소나무좀), 각시달팽이 ㅡ 솔잎에서 건져올린 1타 2수 (8) | 2026.09.16 |
| [함안 탐사] 찾고 찾은 이름이 또 에러 (13) | 2026.09.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