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영살이

[통영 탐사] 백강균(소나무좀), 각시달팽이 ㅡ 솔잎에서 건져올린 1타 2수

풀잎피리 2026. 9. 16.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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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강균(소나무좀)과 각시달팽이

 

 

백강균 

 

​1수 / 수난
육미리 작은 몸이 딱정벌레 가족이라
약해진 솔가지에 둥지를 튼 소나무좀
바늘잎 푸른 그늘에 가만가만 스며드네

 

​2수 /  반전
하얗게 피어난 포자 원수 몸을 꽁꽁 묶어
그리도 기승 떨던 숨통을 끊어내니
시원타 백강균 녀석 솔나무 칭찬이네

 

 


각시달팽이

 

​1수 / 찰나
숨죽인 솔바람 소리 뷰파인더 좁은 세상
하얗게 피어난 백강균 간신히 초점 잡을 제
눈 비벼 겨우 찾은 일밀리 투명한 눈물

 

2수 / 고유(固有)
​통영 땅 마른 솔잎 위 어린 각시달팽이라
오층 나층 무늬 융내낸 투명한 빛을 품고
육미리 소나무좀 밑에서 새 세상을 배우네

 

 

소나무좀 백강균

 

 

각시달팽이



​2년째 숲을 헤매며 찾는 구멍빗장버섯은 올해도 좀처럼 모습을 허락하지 않았다. 보고 싶은 주인공을 마주하지 못한 아쉬움을 안고 숲길을 서성이다 마른 솔잎 하나에 시선을 멈추었다. 어떻게 시선이 닿았는지 모를 기막힌 우연이었다. 매크로 렌즈를 바짝 대고 뷰파인더를 크게 확대하는 순간, 눈앞에 아주 작고 웅장한 소우주가 펼쳐졌다.


​렌즈 속으로 들어온 것은 백강균 포자를 솜털처럼 뒤덮은 6mm 소나무좀이었다. 약해진 솔가지에 파고든 딱정벌레 해충과 그 숨통을 조여 오는 흰 버섯 균의 생태적 반전. 거친 솔잎 피부 위에서 펼쳐지는 대자연의 서사시를 간신히 초점 속에 가두고 났을 때, 뷰파인더 구석에서 또 다른 미동이 감지되었다.


​소나무좀 바로 아래, 마른 솔잎을 거대한 대지 삼아 기어가던 병아리 눈물방울만 한 생명체. 육안으로는 보이지도 않던 1mm 크기의 아기 각시달팽이였다. 부산과 통영을 비롯한 남부 지역에서 만날 수 있는 우리 고유 특산종 각시달팽이. 나층의 경계가 뚜렷하고 도톰하게 솟은 특유의 각시 태를 어렴풋이 흉내 내는 어린 녀석이었다. 1mm의 소형 달팽이에게 솔잎 한 가닥은 까마득한 거리였을 테지만, 꼬물거리는 발걸음으로 그 웅장한 소나무 기둥을 순식간에 횡단하고 있었다.


​비록 바람 한 점에도 초점이 나가버리는 미시 세계의 특성상 정지된 찰나의 사진 한 장은 그 어떤 다큐멘터리보다 묵직한 감동을 주었다. 6mm 소나무좀과 하얀 백강균, 그리고 그 밑을 유유히 지나는 1mm 아기 각시달팽이. 렌즈를 잡은 자만이 누릴 수 있는 이 황홀한 '1타 2수'의 순간 앞에서 2년의 아쉬움은 단번에 씻겨 내려갔다.


​대자연은 기어코 구멍빗장버섯 대신 장원급제의 선물로 이 작고 귀한 생태의 한 장면을 건네주었다. 마른 솔잎 위에서 포착한 생명의 서사는 시조의 운율을 타고 오늘 밤도 내 가슴속에서 시원한 솔바람 소리로 울려 퍼진다.

 

(2026-07-02)

 

 

백강균과 각시달팽이

 

솔잎 위의 각시달팽이

 

 

꽃매미

 

알산호점균

 

산딸기점균 노균

 

산딸기점균

 

낙하산버섯속

 

우리허리노린재

 

석물결나비

 

구름송편버섯

 

자주색줄낙엽버섯

 

장수허리노린재 약충

 

참새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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