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통 진 아나방 위 아찔한 파이프 기둥
파이프버섯 끝에 오십 년 전 추억 걸려
저 많은 버섯구멍들 내 삶 새긴 점박이

비가 지나간 뒤, 숲의 썩은 나무 등걸 여기저기가 마치 하얀 소금을 뿌려놓은 듯 부분 부분 하얗게 덮여 있었다. 육안으로 보았을 때는 그저 가지를 치지 않은 민산호점균의 일종인가 싶었다. 노안이 찾아온 흐릿한 눈을 보완하려 늘 들고 다니는 '이동용 돋보기', 폰카의 10배 줌 렌즈를 들이대고 나서야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그토록 보고 싶어 찾아 헤매던 '순백파이프버섯'이었다.
빽빽하게 모여 있는 순백의 미세한 관들, 그리고 그 끝에 송송 뚫린 무수한 구멍들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니, 렌즈 속 화면이 거대한 시공간의 통로가 되어 나를 50년 전의 어느 날로 날려 보냈다.
그날은 크리스마스였다. 하얗게 눈이 내리던 남대문 동방생명 빌딩 건축 현장. 축제를 즐기기 위해 거리로 쏟아져 나온 수많은 사람의 발걸음 위로, 나는 무거운 질통을 진 채 허공에 매달려 있었다. 미끄러운 철판 구멍(아나방)을 온 신경을 다해 딛고, 오직 생명줄과도 같았던 차가운 파이프 기둥을 손으로 움켜쥐며 한 걸음 한 걸음을 아찔하게 옮겨야 했던 치열한 삶의 현장이었다.
그 위태롭던 시절, 몸으로 버텨내며 건너온 청춘의 시간들이 오늘 마주한 순백의 버섯 구멍마다 고스란히 새겨져 있는 것만 같았다.
50년 전 아찔했던 철판 구멍과 오늘날 숲 속에서 만난 순백의 버섯 구멍. 이 두 구멍은 서로를 비추는 거울이 되어 내 지나온 삶의 궤적을 둥글게 모아 쥔다. 거칠고 위태로웠던 청춘의 땀방울이 흘러내려, 오늘 거제의 깊은 숲 속에서 가장 깨끗하고 순수한 우주, 나만의 '버섯 만다라'의 단단한 주석으로 피어났다.
(2026-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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