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영살이

목포 도장 ㅡ 푸른 신호등을 기다리며

풀잎피리 2026. 10. 4.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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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통영 거쳐온 길 깡통전세 서슬 퍼레
보증보험 바짓가랑이 겨우 잡아 탈출했네
목포 땅 새로 얻은 집 눈물로 지켜본다

 

목포 톨게이트




따르릉! 목포의 시간이 열리는 순간, 나도 모르게 환호했다.
깡통전세 지뢰밭 속에 홀로 켜진 유일한 푸른 신호등 하나.
나에게까지 기회가 오기를 바라마지않던 며칠간의 안타까움이 한순간에 날아가는 듯했다.

몇 달을 지켜본 목포는 온통 붉은 신호등뿐이었다.
목포에 안착하고 싶은 마음 때문에 대타로 눈여겨보던 여수의 푸른 신호등 몇 개를 외면했고,
때로는 전주와 남원을 엿보며 방황하기도 했다.

제주에서 시작해 통영을 거쳐 제3의 터전을 찾아 나선 여정은,
깡통전세라는 서늘한 그늘을 피해 안식처를 찾아 헤맨
긴장과 집념의 시간이었다.

통영에서 HUG(주택도시보증공사)의 바짓가랑이를 움켜쥐다시피 하여
집주인을 압박해 전세가를 낮추고 겨우 새 세입자를 구했을 때만 해도,
이제 한시름 놓았다고 믿었다.

그러나 '고래를 잡겠다'며 쏟아낸 수많은 부동산 대출 규제 그물망은,
정작 안식처가 절실한 실수요자와 청년들의 사다리를 먼저 걷어차 버렸다.
현장에서 마주한 그 역설의 풍경에 당황스러움을 금할 수 없었다.

1순위로 찾아왔다가 대출 문턱에 막혀 서글픈 뒷모습으로 돌아섰다는
한 젊은이의 잔상이 가슴 깊이 남았다.
예전 같았으면 당장 도장을 찍었을 그 청춘의 허탈한 발걸음이었을 것이다.
 
2순위였던 나 역시 신용대출과 담보대출이 모두 막혀
친구의 현금을 겨우 동원하고서야 통영보다 비싼 목포 전세를
10월29일 계약서에 도장을 찍을 수 있었다.

안식처 하나 얻는 일이 이토록 아슬아슬한 전쟁이어야 하는지,
정책의 난맥상이 가져온 그늘이 서민의 삶에 얼마나 깊게 드리워져 있는지를
뼈저리게 실감한 순간이었다.

"지방살이를 이쯤에서 접어야 하나" 하는 서러운 포기의 마음이 턱밑까지 차올랐던 몇 달의 방황.
마침내 목포 창밖으로 내려다보이는 도심의 지붕들을 바라보며,
긴 한숨과 함께 맺힌 목포의 눈물은 서글픈 감격이자 씁쓸한 회한이었다.
 
(2026-09-17)


목포 이사 예정 (2026-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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