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나무 그늘 아래 숨어 있던 솔잎 이슬
도감속 보고픈 사진 눈앞의 현신이라
알버섯 오각형 속살 디자인 단초라네
대포알 머리 위에 알버섯 놓고 논 날
유럽여행 돌아온 아내 트러플 선물이라
아침의 야쿠루트에 솔향시간 깔리네

버섯 교수님으로부터 통도사 품에 ‘댕구알버섯’이 피어났다는 급보를 받았다. ‘댕구알’이 무엇인가, 바로 조선 시대 무기였던 ‘대포알’을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 아니던가. 그런데 달려가는 날이 아내가 유럽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날이다. 바로 그날 새벽, 4시에 눈을 떴다. 서둘러 아침밥을 해먹고 설거지까지 깔끔히 끝낸 뒤, 어둠을 뚫고 통도사를 향하여 차를 달렸다.
아내의 귀국 시각에 맞춰 통영으로 돌아가야 했기에 마음이 바빴다. 장경각 아래 숲에서 보고싶었던 댕구알버섯에 환호하고 곧장 통영으로 출발하려 교수님께 전화를 드렸더니, 수화기 건너편에서 벼락같은 목소리가 떨어졌다. "지금 알버섯 들고 갈테니까 30분만 딱 기다리세요!" 그렇게 교수님이 달려와 건네주신 작은 알버섯들을 소나무 그늘의 모래밭에 올려놓고 코를 갖다 대니 솔향과 흙내가 어루러진 향기가 피어났다.
알버섯의 다른 이름은 송로버섯, 그 중 한개를 칼을 대어 단면을 가르자 정갈한 오각형 속살 디자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펜타곤 등 오각형 디자인의 다양한 이용을 떠올리며 속살을 정성스레 찍었다. 교수님의 열정이 아니었다면 만나지 못했을, 땅속이 오랫동안 품어낸 보석 같은 생명의 속살이었다.
교수님과 함께 다시 댕구알버섯을 찾아갔다. 교수님은 통도사에서 피어난 댕구알버섯을 아직 보기 전이었기 때문이다. 알버섯을 거대한 '대포알(댕구알버섯)' 머리 위에 슬그머니 올려놓았다. 차가운 포탄 같던 버섯이 순식간에 온기를 품은 ‘엄마의 젖꼭지’ 같은 기막힌 형상으로 탈바꿈하는 순간이었다. 숲 한가운데서 시니어들은 어린아이처럼 웃음을 터뜨렸다. 관찰자의 엄숙함을 내려놓고 숲과 어우러져 놀던 그 시간은 생명의 근원이 주는 따스함으로 투정을 부리며 헤엄친 한 판의 해학이었다.
숲에서의 유쾌한 기쁨을 안고 무사히 통영으로 돌아와 아내를 맞이했다. 아내가 유럽에서 들고 온 선물은 다름 아닌 서양의 땅속 보물, 화이트 트러플(백송로) 병이었다. 내가 통도사 숲에서 교수님이 전해준 알버섯을 대포알 위에 올리며 웃던 바로 ‘그날’, 유럽의 트러플이 같은 지붕 아래로 걸어 들어온 것이다. 동양 소나무 숲의 알버섯과 지중해 흙이 품어낸 트러플이 한 시공간에서 마주한 향기로운 랑데부(Rendezvous)였다.
다음 날 아침, 매일 먹는 요구르트 위에 트러플를 떨어뜨렸다. 잔 위에 떨어진 트러플은 엷게 퍼지며 솔향을 피워냈다. 야쿠르트와 트러풀를 섞은 후 한 스푼 떠 입에 넣었다. 어제 숲의 알버섯처럼 아침 식탁을 엄마의 가슴처럼 따스하게 보듬어주었다.
(2026-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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