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 가는 길
1
이상하지 엊저녁은 아쉽고 애절했는데
오늘의 통영땅은 덤덤한 얼굴이라
겉모습 이렇더라도 기다리는 마음이라
2
청명한 가을하늘 먹구름 덮히듯
이 마음 하늘을 닮았는가 헛웃음
통영은 알고 있겠지 핸드폰 마음을
3
용달차 두대 보니 제주시절 떠오르네
택배를 보내고도 차량가득 아찔했지
땅짚고 헤엄칠 일도 이 몸은 버거워라
4
이번엔 세입자 선세돈 문제라네
집주인 세입자 짝짜쿵 어이없어
인생사 아수라 장터 목소리 커지네
5
스트레스 받으니 다리통증 깊어지고
절룩이는 무릎아 흐린 날씨 애석하구나
시간의 묵묵부답아 어떤게 실마리냐
6
열한시 삼십분 드디어 출발한다
징하다 정말 징해 집뺄때도 떠날때도
저렇게 사는 사람도 이 나이가 됐구나
7
하동을 지나니 섬진강 휴게소
전라도 땅이라 잠시 쉬어 가자꾸나
이제야 평온한 마음 요기 먹고 달리자
8
휴게소의 히타열기 화끈한 얼굴 감각
차량 난방 돌리니 열기 닿은 재활 다리
조금은 피가 돌았나 나른한 시간이여
9
그래서 그랬느냐 우회하는 자동차
광주를 거쳐서야 도착한 목포라네
제주를 떠날 때 기억 징그러워 피했나
10
모처럼 엘리베이터 지방살이 처음이네
난장판 방안에서 겨우 짐을 풀고나니
정리보다 확정일자가 먼저라서 달렸어
11
배를 채운 다음에야 다시 하는 정리시간
피씨 화면 로딩까지 하루해가 꼬박이네
목포야 뭔지도 몰라 먼지와 싸웠단다










길 위에서 길을 묻다
목포 가는 길, 오늘 하루 넋두리는 왠일인지 삼포 가는 길 닮은 듯 아닌 듯하다. 목포 도착 피곤한 몸으로 "목포 가는 길"을 엮어 본다.
길 위에 선 사람은 누구나 경계인이다. 지나온 자리는 아득하고 다가올 자리는 아득히 낯설다. 황석영의 단편소설 "삼포가는 길"은 눈발 날리는 겨울 길 위에서 짧게 만나 온기를 나누고 각자의 길로 갈라선다. 그들이 찾아가려 했던 삼포는 개발로 이미 세상에서 사라진 고향이었다. 돌아갈 곳을 잃어버린 자들의 방황과 씁쓸한 상실감, 그것이 삼포로 향하는 발걸음 뒤에 남겨진 서늘한 그늘이었다.
나는 오늘 통영을 떠나 목포로 가는 길 역시 길 위에서 맞닥뜨린 고단한 여정이었다. 그러나 이 여정은 잃어버린 고향을 찾아 방황하는 길과는 결이 다르다. 제주와 통영을 거쳐 남도의 예향 목포로 향하는 9년차 지방살이의 자발적 탐색이자 생태적 확장으로서의 길이다.
두 길의 가장 큰 대조는 그 길목에서 마주친 '인간 군상'과 '소통의 방식'에 있다. "삼포 가는 길"의 인물들은 사회의 가장자리로 밀려난 가난한 삼류 인생들이지만, 주머니 속 푼돈을 털어 국밥 한 그릇과 찐빵 두 개를 나누며 서로의 온기를 확인한다. 세상의 추위 속에서도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연대와 애정을 잃지 않는다.
반면, 통영을 떠나던 이삿날 아침 내가 마주한 현실은 치졸한 주책덩어리와 각박한 이기주의가 뒤엉킨 아수라장이었다. 엊저녁까지만 해도 작별의 아쉬움에 젖어들던 통영의 풍경은 아침이 되자 삭막한 이상한 현장으로 바꿨다. 짐을 다 실어놓은 용달차는 이미 출발한 후였다. 집주인과 새 세입자 사이의 돈타래가 꼬이고 나의 고성이 오가는 사이, 전세돈을 못받은 발이 묶였다. 시간은 묵묵부답 흐르고 차가운 먹구름만이 가을 하늘을 덮었다. 스트레스는 재활 중인 다리 마디마디를 쑤시게 만들었고, 시간은 열한 시 반을 넘어서야 겨우 굴러가기 시작했다. 소통은 사라지고 소란만 남은 현장에서 느껴지는 헛웃음, 그것은 문명화된 현대 사회가 품은 씁쓸한 이중성이었다.
남해고속도로를 따라 달리다 하동을 지나 섬진강 휴게소에 들어서자, 강물은 오랜 상처와 각박했던 잔금의 소란을 조용히 씻어내려 주는 듯 했다. 그런데 핸들은 광주를 우회하는 길을 택한다. 화물용달차는 도착하며 짐을 올리고 있다는 전환데, 광주시내에서 지체되는 자동차 행렬이라니 오늘은 운수는 꼬일대로 꼬인다.
그러나 이 길의 끝은 삼포의 허망한 상실과 다르다. 목포에 도착하자마자 짐 정리도 제대로 못한 채 주민센터로 달려가 찍은 '확정일자' 도장 자국. 그것은 타인의 치사한 셈법으로부터 나를 지켜내고 새로운 삶의 터전을 단단히 고정하는 생존의 신호탄이었다. 늦은 저녁을 먹고 돌아와 어렵사리 켜진 PC 화면의 로딩을 바라보며 나는 비로소 목포의 식구가 되었음을 깨달았다.
황석영의 삼포가 '상실되어 돌아갈 수 없는 과거의 환영'이었다면, 나의 목포는 '각박한 현실의 먼지를 털어내고 새로이 뿌리내릴 미래의 터전'이다. 길 위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의 이기심에 상처받고 다리는 지쳐 무거웠을지라도, 새 희망을 품은 목포의 밤은 참 조용하기만 하다.
(2026-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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