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9 24

[낙상사고 투병기 50] 부목 제거 - 반깁스에서 갇혔던 팔과 손에 각질이 덕지덕지

왼팔의 반깁스를 풀었다. 팔이 해방되고, 손바닥을 폈다. 각질이 덕지덕지, 벗겨내느라고 낑낑 통원치료 3차, 처음으로 택시를 타고 통원치료를 한 날 수병원에서 1시간이 기다린 후 진료를 받았다. 팔의 반깁스를 풀고, 새끼손가락만 붕대를 감았다. 40일만에 왼팔이 공기에 닿았다. 손등과 손바닥에 각질이 많이 끼었다. 40분 동안 낑낑대며 각질을 벗겼다. 뜨거운 물을 묻히고, 살이 불은 다음 벗기길 반복했다. 애벌레가 탈피하듯 껍질이 벗겨진다. 때가 아닌 살갗이 떨어져 나온다. 껍질을 벗은 손바닥에 빨갛게 새살이 보인다. 적응이 되지 않아 약각만 닿아도 아주 아프다. 손등과 팔도 허물을 벗었다. 휴, 40일의 시간이 만든 씻지않은 살갗 붕대에 싸여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한 팔과 손 견뎌줘서 고맙구나~ (202..

[낙상사고 투병기 49] 통원치료 - 택시 타기의 설움, 왜 다리는 골절되어 가지고

카카오택시를 이용한 통원치료 자식의 시간을 뺏지 않으니 더 좋다. 차창 밖은 5월의 푸르름이다. 나이 들어 낙상사고를 당하니 자식들에게 의지할 수 밖에 없었다. 제주에서 수원까지 배로, 자동차로 아들이 고생했다. 인천에서 첫 비행기로 내려와, 낙상장소의 차량를 찾고 강행군이었다. 수병원에서 검사하고 수술하는 것도 아들이 도왔다. X-ray, MRI를 찍고 판독하고, 비급여 항목 추가하는 것도 나의 정신은 수술 결과 제대로 걸을 수 있을까? 에 대한 불안감 뿐... 입원 중에는 코로라로 간병인 외에는 출입 금지 딸이 일용품을 사와도 아내가 로비로 가서 받아왔다. 퇴원일에서야 딸의 얼굴을 보고 딸의 차를 타고 퇴원했다. 1주일 후 첫 외래일을 아들이 와서 도왔다. 2차 통원치료는 딸의 차를 이용했다. 그리고..

[낙상사고 투병기 48] 광릉요강꽃 - 다리 수술 환자는 병원 요강이 필수다.

다리 수술 환자는 병원 요강이 필수다. 퇴원해서도 한밤중에는 어쩔 수 없다. 잠결에 외목발로 휘청이다간 결딴난다. 어릴 때 시골에서 본 추억의 요강 야생화를 좋아하면서 광릉요강꽃을 보고 떠올렸던 요강 낙상사고로 입원실에서 병원요강을 사용했다. 다리 골절 수술 후 병원요강은 필수이다. 병원에서는 몸을 움직일 수 없으니 아내가 도와줘야 했다. 퇴원해서는 외목발로 간신히 깽깽 걸음 낮에는 어렵게 화장실에 가더라도 깜깜한 밤에 화장실 가는 것은 위험하다. 통깁스 외목발로 잠결에 넘어지면 큰일 난다. 낮에 부어있던 다리를 밤에 거상하고 잔다. 밤에는 수술한 다리가 굳고 팔의 힘도 없다. 어쩔 수 없이 병원요강을 사용한다. 여름을 지나 목발로 걷기운동을 한 후 밤이 되면 온몸의 근육이 아우성이다. 밤에 다리가 뻣뻣..

[낙상사고 투병기 47] 새우나무 - 수피가 새우등처럼 벗겨진다.

새우나무는 수피가 새우등처럼 벗겨진다. 깁스한 손발도 각질이 일어났다. 1달 이상 씻지도 못하니 ㅠㅠ 새우등 자세로 마취한 후 골절 다리 수술를 받았다. 입원 2주 후 통깁스하고 퇴원해서 침대생활이다. 깁스와 붕대를 풀 때까지 씻지 못한다. 수술한 왼쪽 손가락과 발가락에 각질까지 생겼다. 특히, 발바닥은 각질이 두꺼워 갈라지고 있다. 뻣뻣하여 발가락 운동도 거북하다. 새끼손가락 수술한 부분에 드레싱하려 풀었을 때 소독약이 말라 붙어 딱딱할 정도이다. 손가락 운동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 씻지 못하는 부작용이 수술한 왼손, 왼발에 악영향을 미친다. 보면 답답하고, 몸은 말을 듣지 않고, 통증은 찌릿찌릿하다. 내 손은 내 손이 아니고, 내 다리는 내 다리가 아니다. 정말이지 생각하면 할 수록 억장이 무너진다...

[낙상사고 투병기 46] 점심 - 찐고구마도 혼자 먹지 못하는 안타까움

찐고구마와 찐계란, 토마토와 두유 고구마, 계란 껍질은 아내가 까준다. 왼손, 왼발 깁스의 외목발 집안 생활 한라산 낙상사고로 수원에서의 집안 생활 아내의 내조 없이는 생활 자체가 불가능 고구마를 까주는 아내의 손을 보고 생각에 잠긴다. 다리 절단과 손 절단 중 어느 것이 더 불행할까? 나는 당연히 이동의 자유가 없는 다리 절단이 더 불행할 것이라 짐작했다. 그러나 여론조사 결과 손 절단이 더 불행하다는 결론이다. 이 뉴스가 갑자기 뇌리에 스친다. 왼손, 왼발 깁스한 몸으로 혼자라면 찐고구마와 찐계란을 어떻게 먹을까? 찐고구마는 껍질을 벗기지 않은 채 먹어야 하고 찐계란은 껍질째 깨서 대충 먹어야 하겠지 아내의 손길이 고맙기 그지 없다. 먹고, 싸고, 자는 것은 생존의 문제이다. 한 손으로 먹어야 하는 ..

[낙상사고 투병기 45] 약난초 - 수술 후 한 달만에 약을 끊었다.

4월 한 달 약을 먹었다. 두 번째 외래 통원치료 시 약을 끊었다. 약이 없어도 견딜만 하니 다행이다. 20년 전 교통사고로 허리가 약해져 마사지를 받은 적이 있었다. 그 때 배운 것이 양약보다 한약이 내 몸에 맞는다는 것이다. 그 후 양약을 먹지 않은 기간이 10년이 되었다. 그것이 깨진 것은 귀가 아파 이비인후과에 갔는데 엉겁결에 주사를 맞은 것이다. 그리고 약도 함께... 10년 공부 나무아미타불이 되는 순간이었다. 그 후 제주살이 중 갈비뼈에 금이 갔을 때, 발목 인대 아플 때 주사와 양약 ㅠㅠ 그러다가 이번의 낙상사고로 양약과 친해질 수 밖에 없었다. 4월 한 달, 엄청나게 많은 약을 먹고, 주사를 맞았다. 진통제, 염증제, 소화제, 변비약 .....등 다행이 큰 후유증 없이 통증이 점점 가라앉..

[낙상사고 투병기 44] 회목나무 - 아내의 단추, 손가락 연결 수술 단추, 신혼 보금자리 추억

회목나무 꽃에서 연상하는 아내의 단추 새끼손가락 손톱 위의 힘줄연결수술 단추 수술병원 근처는 신혼 보금자리 추억 수술과 재활기간 동안 절대적으로 아내의 내조를 받았다. 아내는 한복을 만들어 내게 선물한 적이 있다. 그 한복의 앞섬을 마무리하는 단추를 동대문시장에 가서 사왔단다 회목나무는 특이하게 잎 위로 꽃대를 늘어뜨린다. 그리고 꽃은 단추를 닮은 모양이다. 회목나무 꽃을 보면 아내가 한복에 달아준 단추를 떠올린다. 제주 계곡에서 낙상사고로 왼쪽 새끼손가락이 탈구되면서 힘줄이 끊어졌다. 새끼손가락 힘줄연결 수술을 아주 어렵게 받았다. 그 수술 중 새끼손가락 위에 단추를 올리고 단추와 힘줄을 봉합사로 연결하는 과정도 있었다. . 새끼손가락 붕대를 풀어 하루 한 번 드레싱을 받았다. 그 때마다 보는 새끼손가..

[낙상사고 투병기 43] 섬공작공사리 - 물에 젖지 않은 잎을 닮고 싶구나

수술 부위에 물기는 금물이다. 붕대로 싸맨 부위는 씻지 못한다. 싸맨 살갗이 섬공작고사리 잎이라면... 골절 수술하고 가장 고역이 씻지 못하는 것이다. 병원 입원 동안 거품티슈로 아내가 등과 팔을 닦아 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몸이 갑갑해 근질거린다. 옆 환자는 효자손으로 등을 긁는다. 보기 안스러워 아내가 거품티슈를 주었다. 병실에 들어오면 땀냄새가 엉겨 특유의 냄새가 난다. 퇴원하고도 손과 다리에 깁스를 풀지 못하니 갑갑하다. 화장실 욕조 턱에 앉아 왼손과 왼발을 높이 들어야 아내가 반샤워를 시킬 수 있을 뿐이다. 침대생활하면서 몸을 씻는다는 기초 욕구도 충족 못하는 안타까움 왼팔과 왼다리를 커다란 비닐장갑으로 싸멘 후 샤워하는 상상 "내 몸이 섬공작고사리 잎이라면 샤워 걱정은 하지 않을 텐데" 하..

[낙상사고 투병기 42] 길 잃기 안내서 - 불확실성 속에서 살아남는 법

제주에서 갑자기 길을 잃었다. 수원에서 다리에 통깁스한 침대생활이라니 길 잃기로 되돌아 본 시간의 족적들 제주에서 읽은 책 "행복의 지도" 그 속에서 찾은 리베카 솔릿의 "길잃기 안내서" 글귀 수원의 도서관에서 길잃기 안내서를 대출받았다. 우리가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사랑의 장소, 범죄의 장소, 행복의 장소, 치명적 결정의 장소로는 돌아갈 수 있다. 장소야 말로 끝까지 남는 것이고, 우리가 소유할 수 있는 것이고, 불멸하는 것이다. (길 잃기 안내서 p. 164) 낙상사고로 골절된 다리를 수술한 후로 모든 상황이 바꿨다. 한라산에 다시 오를 수 있을까 하는 불확실성 그리고 어떤 골절환자의 경우 소백산을 3년만에 올랐다고 하는데 그 때가 되면 제주살이는 끝나고, 나이도 많이 먹게 된다. 그러고 보니 ..

[낙상사고 투병기 41] 콧바람 - 화사한 봄날, 첫 외출 10분의 맛

어제 차창 밖의 이팝나무 꽃 유혹 오늘의 마음, 싱숭생숭 10분 콧바람에 "역시 밖" 감탄 어제는 딸의 차를 타고 통원치료(2차)를 갔었다. 가로수로 심어진 이팝나무가 흐드러지게 꽃을 피웠다. 5월의 싱그러운 이팝나무 꽃을 보면서 마음이 한 껏 부풀어올랐다. 병원을 갔다와서는 침대에 누워있어야만 하는 신세 그러나 오늘 드디어 용기를 냈다. 아내의 도움과 1개의 목발을 사용해서 외출을 감행했다. 아파트 입구 현관으로 나오니 꽃샘추위가 날아온다. 외목발로 깽깽이 걸음을 뛰어 간신히 10m를 걸었다. 꽃밭의 방지턱에 발을 올려놓고 오랫만에 봄기운을 맛보았다. 연산홍이 화려하게 뽐내는 오후 방지턱 밑에는 꽃마리, 서양민들레가 꽃을 피웠다. 따스한 봄빛에 눕고 싶은 마음 10분의 콧바람을 맞고 이제는 들어가야지 ..